2006-12교사일기/2006년 수업일기

우리말 공부를 방해하는 교과서 속 한자말들

갈돕선생 2006. 5. 10. 19:40

 

위 사진은 우리 반 아이들이 모둠별로 직접 십자말 풀이를 위한 가로 열쇠, 세로 열쇠를 직접 만들고 다 만들어진 문제를 다른 모둠과 바꾸어 풀어보려는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렇게 우리 반 아이들은 지금 5월 들어 사전 찾는 법과 낱말 놀이로 우리 말의 재미를 느껴 보고 있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서 아쉽고 답답한 일은 교과서에서 찾으라는 낱말마다 대부분이 한자로 만들어진 것이 많아 아이들이 무척 어려워 한다는 일이다. 굳이 어려운 말을 쓰지 않고 우리 말을 살려 쓸 수 있는데도 왜 이렇게 우리 국어교과서들은 아이들을 힘들게 할까.

 

우리 아이들에게 '재미있나 우리말 도사리'에 나오는 우리 말 중에서 밥을 담는 방법에 따라 부르는 이름을 얘기해 주었더니 참 신기해 한다. 감투밥, 고깔밥, 뚜껑밥, 북한에서 도시락을 곽밥이라고 부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우리 말때문에 잠시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도 잠시 교과서 속으로 들어가니 증세, 성장통, 염장 따위등 여러운 말들로 아이들은 골머리를 아파했다. 더 큰 문제는 그 뜻을 풀이한 내용도 한자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전에서 말을 찾고도 또 다시 나에게 뜻을 묻는 아이들이 꽤 많았다.

 

이쯤되면 이른바 교육자라는 사람들은 요즘 아이들 한자공부가 부족해서라며 쉽게 단정지어 버린다. 과연 그럴까? 우리 반 아이들 중 절반 이상이 한자 8급 이상의 시험을 시룬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다. 심지어 6급을 딴 아이들도 있는데 그 아이들도 한자로 둘러싸인 낱말 공부를 힘들어 한다. 정말 교육자라면 우리 말을 한자로만 표기하려는 어른들의 잘못을 지적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말의 가치와 재미를 느끼게 해야 할 초등학교 시절에 온통 한자로 둘러싸인 알지도 못할 낱말로 우리 아이들은 우리 말을 몰라서 공부를 못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는 듯 보인다.

 

국어가 이럴 지경인데 다른 교과는 어떨까? 특히 사회과목은 더 가관이다. 지금 우리지역의 경제생활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데 어른들이나 쓰는 여러 말들이 많아 그 말뜻 풀이 해주는데 시간의 1/3을 잡아 먹고 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어려운 말들로 도배를 해 놓은 사회 교과서들 때문에 아이들은 사회를 싫어하고 사회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재미있는 낱말 공부가 되어할 요즘 아이들은 조금씩, 가끔씩 짜증을 낸다.

 

"선생님, 사전에서 낱말을 찾았는데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