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우리교육 연수를 받던 마지막날.
심성우선생님과 장동선선생님의 과학수업은 충격이었다.
학교에 과학보조교사가 있지만 늘 다른 업무에 시달려 제 역할을 하지 못하던 시절에 난 과학수업보다 준비가 더 걱정이어서 정작 제대로 수업을 하지 못했던 때가 많았다.
지금 있는 학교는 그렇지 않지만, 과학보조교사의 역할에 따라서 그날 과학수업의 성공과 실패가 갈라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돌이켜 보면 고작 과학교육이라고 해봐야 학교 다닐 적 어설프게 대충 가르쳤던 교수들과 그런 교육과정 속에서 대충 배워 왔던 나였던 터라 지도서와 교과서의 틀을 벗어나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더욱이 교사생활을 하면서 제대로 된 과학교과 연수 하나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터라 늘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교과에 자신없이 헉헉되곤 했다.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실험연수가 있지 않냐고? 누가 그 연수를 교사들에게 실질적인 과학교과에 대한 눈을 뜨게 하고 교실수업을 개선할 수 있는 연수라고 생각하는가? 교과서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과정에 승진점수따기에 바쁜 사람들이 몰려 점수 챙겨가는 연수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과학실험연수이기에 난 늘 교과 연수에 목말랐다.
그러던 차. 서울 우리교육에서 4대교과 연수를 한다는 얘기에 맘 먹고 서울로 올라갔었다.
그때 배웠던 과정 가운데 잠자리를 이용해 무게중심의 원리를 아는 4학년 교육과정의 하나를 배웠던 적이 있었다. 그것 말고도 실생활에서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익힐 수 있었는데 특히 장동선선생님의 과학매직쇼는 놀랍기만 했다. 그 기억때문에 그 두 분을 이곳 김해에 지난 1월에 초대할 수 있었고 내가 느꼈던 감동을 우리 선생님들에게 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연수라는 것이 한편 우스워서 그때의 감동을 교실수업까지 이어가는 일이 그리 쉽지 않더라. 그것은 이제껏 익숙해 왔던 내 자신의 관행과 게으름이 큰 몫을 하기 때문이리라. 이런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모임이다. 교사들의 모임에서 서로를 자극하고 단련하는 과정에서 연수의 효과는 그야말로 커지게 된다. 아울러 늘 기록하고 읽고 공부하는 습관이 또 한 몫을 할 것이다.
오늘 과학 수업은 바로 이런 과정에서 마침내 3년 만에 적용해 보는 수업이었다. 더구나 이번 우리교육 4학년 연재를 심성우선생님이 하시게 되어 너무 고맙게 됐다. 덕분에 오늘 수업은 아이들과 행복한 수업을 할 수 있었다.
무게 중심 알기 수업은 우리 아이들이 가운데가 아닌 곳을 받쳐서 수평이 되는 경우에 생각 밖으로 어려워 하는 점을 쉽게 돕기 위한 방법이다. 아이들이나 교사가 부담없이 복사한 균형잠자리를 나눠 자르고 오리고 붙여가며 즐겁게 무게 중심의 원리를 알 수 있는 수업이다.
수업에 앞서서 지난 시간에 공부했던 널빤지 밑 삼각형의 위치에 대해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다음 균형 잠자리를 만드려는 의도를 설명하고 질문을 했더니 의외로 쉽게 답이 나왔다. 좌우 무게가 다른 물체를 올렸을 때 그 널빤지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 삼각대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이동할 것인지에 대한 이해를 균형 잠자리에 적용시켰는데 내 생각대로 아이들이 잘 이해해 주었다. 덕분에 균형 잠자리 수업은 더욱 즐거운 수업이 되었다.
다음에는 간단한 양팔저울을 만들어 보았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세탁소에서 쓰는 철사로 된 옷걸이에 실로 중심을 잡고 종이컵을 실에 달아 양팔 저울을 만드는 과정이 아이들에게는 무척 재미난 작업이었다. 저울의 중심을 잡기 위해 컵의 위치를 생각하고 중심에서 종이컵 사이의 거리도 생각해 보면서 아이들은 쉽게 저울을 만들어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클립, 나무토막, 바둑알을 써서 여러가지 무게도 달아보고 자신들의 양팔저울에 대해 매우 만족한 듯 보였다.
세 시간 동안 이어진 과학 수업. 점심시간까지 빼내어 했는데도 생각보다 시간이 모자라 제대로 된 정리학습은 다음 시간에 하기로 했다. 과학수업을 재구성해 보는 첫 경험이 조금은 어설펐지만 아이들이 즐거워 하니 그것으로 만족한다. 다음 과학수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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