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국어 둘째마당 시공부를 시작해 보았다. 국어교과서 학습목표는 시의 일부분을 바꾸어 표현하기였다. 으레 이런 식의 시공부는 5, 6학년까지 이어지기 마련인데, 자칫 잘못하면 시를 공부하는 게 아니라 말 지어내기 공부가 되기 쉽다. 더구나 지금껏 제대로 시가 어떤 것이지 배우지 못하던 아이들에게 이런 방법으로 다가서면 더욱 더 시와 멀어진다.
시가 무엇인지, 시는 어떤 맛이 있는지, 바로 그 재미를 느끼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수업을 시작했다. 사실 우리 반 아이들은 지난 3월부터 주마다 하나씩 시를 읊고 외워왔다. 아이들 시도 노래로 배우며 시의 맛을 조금씩 느껴 왔다. 그래서 줄글과 시의 차이점을 우리 아이들은 쉽게 해결했다.
문제는 바로 이어지는 시의 일부분을 바꾸어 표현하기.
이 차시에 들어가기 앞서 지금껏 배우고 익혔던 시와 노래를 훑어 보고 좋은 표현 재미난 표현, 마음에 와 닿는 표현들을 찾아 보기로 했다.
첫봄, 박고경의 시는 '땅바닥을 텅! 내려 디디면'이라는 표현이 재밌다고 한다. 시를 읊을 때 다리나 손을 텅 칠 수 있어 좋은 시란다. 봄비는 짐작한 대로 '어허, 시원하구려'라는 표현이 재밌단다. 사람처럼 봄비를 맞은 기분을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다 싶다 한다. 송창일의 빗방울은 빨랫줄 위에 매달린 빗방울들이 생각난다며 그래서 좋단다.
우리 집 강아지는 자기 집 강아지도 그런 짓을 한다는 아이들에게서 호응이 높다. 딱지 따 먹기는 노래가 재밌는데, 지금은 딱지 치기 잘 안 한다며 예전에 했던 경험때문에 공감이 간다고 한다. 제비꽃이라는 시를 2학년이 썼다고 하니 꽤나 놀란다. 마지막 표현 '참 이뿌다.'라는 간결한 표현에 아이들이 어떤 느낌을 가졌으면 했는데 와 닿았는지 잘 모르겠다.
다음으로는 지난해 우리 반 아이들의 시를 읽어주었다. 조금 거친 부분이 많은데 그래도 아이들의 공감을 끌어낼 글감이라 읽어주었다. 엄마의 눈을 걱정하는 배대웅이라는 아이가 쓴 시에 아이들이 조금 슬퍼했다. 그리고 잠 많은 우리 식구라는 배진희의 지에는 저마다 나도 그렇다며 아침에 5분, 10분만 더 자려는 자신들의 모습가 견주어 마구 웃어댔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얘기해 주었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짧은 글. 감동있는 시는 특별한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여러분의 삶 속에서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고. 나도 저런 일을 겪었는데, 그래 맞아 나도 그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시라면 그게 바로 감동을 주는 시라고.
이어서
김용택 선생님의 우리반의 여름이와 비오는 날을 읽어 주었다. 우리반의 여름이는 내가 직접 노래도 불러주며 시의 맛이 노래 맛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주었다.
비오는 날은 끝 행의 반전이 있는 시여서 아이들에게 교과서 처럼 비워두고 문제형식으로 아이들에게 질문을 했는데 마침 쉬는 시간이라 쉬는 시간에 생각해 보라 했다. 의외로 끝부분이 어떨지 생각해 보려 하는데 반전의 묘미를 아직 우리 아이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모든 게 서 있으니 서 있는 것들만 생각하고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긴 나도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그러지 않았는가.
여러 가지 도움말도 줘가며 맞추게 했는데 결국 답을 찾지 못했다. 할 수 없이 아이들에게 끝부분, '하루 종일 우리 아빠 누워서 자네."라고 하니 아하~ 한다. 그러자, 한 녀석이
"선생님, 할아버지도 있잖아요." 하고 말하니 또 한 녀석이
"그래요. 할머니도 어머니도 형도 있는데...."
왜 하필이면 아빠냔다. 농촌에서 살아보지 않았던 아이들. 농촌의 일과를 모르는 삶의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아빠만 왜 누워 있을까를 설명하기엔 나 또한 한계가 있었다. 하여간 아이들은 다들 서 있는데 누워 있는 아빠라는 표현에 흥미를 느낀다. 이어 엄마는 진짜 애쓴다. 이어 방학이라는 시까지 들려주고 나서
교과서에 있는 시 '떡볶이'와 '주사 맞던 날'을 읽고 시의 일부분을 바꾸어 보는 표현을 해 보았다.
예상 대로 별달리 색다른 표현을 찾지는 못한다. 새콤 달콤이라고 답을 이미 주고 정다운 내짝이란 답을 다 줘버리고 달리 표현하라 하니 아이들도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맴돌기만 한다. 수업을 더 재미없게 만드는 체제다. 이어 나오는 '주사 맞던 날'은 시간이 없어 주사 맞던 경험만 한 번 이야기 나눠 보았다.
"저는요. 주사를 맞고나서 그분에 물이 들어가게 하지 말랬는데, 깜빡 잊고 목욕을 했어요. 그래서 나중에 주사 맞은데가 막 부었어요."
"저는요. 제가 아플까봐 주사 맞을 때 팔에 힘을 꽉 주었던데 주사 맞은 팔에서 주사액이 막 나오는 거예요. 너무 놀랐어요."
"저는 어렸을 때."
"몇 살 때요?"
"어.... 여섯 살 때요."
"그래서요."
"여섯 살때 간호사가 주사 엉덩이에 맞아야 한다고 바지를 벗으라고 했어요. 그래서 바지를 벗었는데, 다 벗어버렸어요."
아이들은 신나게 자기 경험을 이야기 한다. 다음 시간에는 주사 맞은 날을 벼름소로 해 시를 써보게 할 작정이다. 일부분만 바꾸라 하니 아이들에게 자꾸 틀에 박힌 말만 배우게 하는 것 같다. 직접 쓰면서 자신의 경험에 맞는 창의적인 표현을 드러내도록 지도해 볼 생각이다. 일부분이 아니라 시 전체를 두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표현들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오늘 이런 저런 얘기 나누며 시도 공부하고 아이들 삶도 볼 수 있어 이래저래 좋았다. 좀 더 나은 수업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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