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서 우리 교육에 볼일 보러 갔다 얼떨결에 이진주기자의 부탁으로 글을 썼는데, 읽은지 3주가 지난지라 그 때 그 감흥이 살아나지 않아 글쓰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어렵게 쓴 글인만큼 제 생각도 일정 정리는 됐는데, 여전히 고민이 남는 이야기들입니다.
대안교육 창으로 ‘나’를 돌아보며
- 8월 특별호 〈대안교육 창으로 교육을 성찰하다〉를 읽고
박진환 _ 경남 김해 어방초 교사 k950108@hanmail.net

15년 동안 우리교육을 애독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빼지 않고 통째로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별호 형식으로 담은 ‘대안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그만큼 절절하게 읽혔던 것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우리 교육의 대안을 찾으려 했던 교사로서 절실함과 대안학교에 내 아이를 보낼 마음을 먹었던 아버지로서 막연한 불안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기사를 읽는 내내 내 머릿속은 교사와 부모 사이를 널뛰며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으로 복잡했다.
교사의 눈으로
교사 생활 15년을 지나면서, 나는 가르침이 무엇이고 배움이 무엇인지 이따금 골똘히 생각해 본다. 피곤해 지친 듯 억지로 떠밀려 오듯 교실 문을 여는 아이들, 날마다 학원 차에 실려 서둘러 어디론가 떠나는 아이들, 하루 종일 무언가를 배운다지만 공부에 점점 지쳐 가는 아이들, 놀고 싶어 하지만 제대로 놀 줄도 모르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나 또한 힘겹기만 했다.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본디 즐겁고 기쁜 일이라지만 우리 주위에서 그런 모습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배움의 기쁨을 느끼며 공부하기엔 우리 사회나 우리 어른들은 너무 급하고 불안해하지 않는가. 8월호를 통해 만난 대안교육은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 자발적인 배움의 욕구를 이끌어 내려 애쓰고 있었다.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서 실험적인 시도를 통해 새로운 사회, 새로운 교육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며 대안학교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으로 함부로 그들을 폄하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직업이 교사여서일까. 도전의 주체이자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대안학교 교사들의 이야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일반학교 교사 이상의 열정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 각기 다른 삶의 배경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교육’이라는 가치에 홀려 대안학교를 찾은 이야기를 읽으며 나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간디학교 양희창 교장은 대안학교 교사들에게 ‘스스로 춤추는 혁명가가 되라’며 힘을 북돋아 준다. “자라지 않으면 도태한다. 변화하지 않으면 불행하다. 부족한 자신을 절감하면서도 매일 아이들과 맞닥뜨려 대안적인 수업도 해야 하고 삶도 나누어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한다는 것 자체가 교육이라는 깨달음으로 매일 즐거운 변화를 꾀하라.” 나는 늘 교사의 성장을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그 ‘성장’이 곧 ‘교육’임을 몸으로 깨닫기엔 아직 나의 실천과 노력은 부족하기만 하다. 행복한 학교, 행복한 교실, 행복한 교사를 꿈꾸는 일은 대안학교 교사들만의 꿈은 아닐 것이다. 대안교육의 창으로 바라본 그네들의 삶에서 교사로서 살아가는 내 모습을 새롭게 다시 그려 볼 수 있었다.
부모의 눈으로
부모의 눈으로 이번 8월호를 보면, 학교를 가운데 두고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교사, 학부모, 학생들의 모습이 가장 눈에 띈다. 언론에 쉽게 드러나지 않았던 그들의 모습에서 ‘대안교육’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었다. 내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려 마음먹었던 차라 그들의 말 하나하나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안학교 교사들의 열정과 고충, 아이들을 대안학교에 보낸 학부모들의 갈등과 변화,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 졸업할 즈음 아이들이 선택하는 삶에 이르기까지 지난 대안교육 10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그들의 모습에 투영돼 있었다. 아직은 성공도 실패도 좌절도 속단하기 이른 대안교육 10년. 어떻게 보면 너무나 짧게만 느껴지는 세월 속에서 그들이 무엇을 원했는지, 어떤 길을 가고 싶어 했는지 나는 읽는 내내 가슴 조이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대안학교 학부모는 아이와 함께 입학합니다’라는 꼭지는 이제껏 자식을 대안학교 입학시키는 것에 급급했던 내 모습을 돌아보게 했다. 그동안 나는 내 아이의 행복을 대안학교가 책임져 줄 것이라고만 여겼지, 부모인 내 삶을 바꿔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심각하게 해 보지는 않았다. 대안학교가 교사, 학부모, 학생이 함께 만들어 가는 학교인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작은 것에서부터 내 삶을 조금씩 변화시켜야 하는 일이라고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어쩌면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낸다는 것은 부모인 우리가 살아왔던 삶의 일부, 아니 전부를 바꿔야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돌이켜 보면, 내가 우리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기로 마음먹었던 것은 교사였기에 가능한 일이지 않았나 싶다. 경제적인 능력 여부를 떠나 교사로서 학교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며 가르침이 무엇이며 배움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해 왔기에 적어도 내 아이는 배움의 기쁨, 성장의 기쁨을 아는 곳에서 자라기를 꿈꿔 오곤 했다. 하지만 양희규 교장의 주장처럼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는 일은 사회의 기득권을 포기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는 이른바 ‘자발적 가난’을 선택하는 일이기도 하다. 아직은 가능성으로만 남아있고 결과 또한 장담할 수 없어 불안해 보이기는 하지만, 대안교육 창 너머로 보이는 그들의 실천과 도전은 지속가능한 참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희망이다. 나 또한 물질을 넘어서는 행복한 삶이 진정 무엇인지 내가 발을 담고 있는 교실과 우리 아이를 통해서 끊임없이 성찰하며 대안교육과 자주 소통하며 살고 싶다. 언젠가는 창 너머가 아니라 ‘교육’이라는 이름 안에서 서로의 삶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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