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독후감을 올린다. 돌아보니 1년 반동안 즐겨쓰던 독후감을 쓰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돌아보니 아마도 일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지난 2년동안 읽은 책도 꽤 있는데, 지난 주까지만 해도 '하워드 진의 교육을 말하다'를 읽었고....'떨림'이라는 책, '열다섯살 하영이의 스웨덴 학교 이야기도 읽었고, 안도현의 시와 책들을 몇 권 읽었고, 동시집들도 읽었고, 나는 마흔이 좋다라는 책도 읽었고, 그리고 또....이런 저런 책들을 읽어댔는데..... 그동안 나는 독후감을 쓰지 않았다. 일때문이었다. 교실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과 지회일,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일, 지역모임일, 지역연수일, 강의에다 책쓰는 일, 특히 지난 해에는 이곳 금산에 집을 짓는 일에다 우리 아이 간디입학시키는 일까지 겹쳐 독후감까지 쓰는 일이 맨 뒤로 밀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독후감을 쓰지 않았는데..... 얼마전 우연히 알게 된 <시간은 사랑이 지나가게 만든다더니>라는 신현수선생님의 시집을 보고서는 이렇게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친구이자 동지였던 조재도 시인도 언급했듯이, 그의 시는 '폼'이라는 것이 전혀 없었다. 우리가 아는 대중적인 시인들이 보여주는 세련됨과 화려함도 없었다. 그야말로 '날 것'이었다. 그런데 그 날 것이 전혀 낯설거나 불편하지 않았던 까닭은 솔직함이었다. 해직교사였으며 시집을 내는 시인이고 화려하고 엄청난 활동력을 보여주었던 사회운동가였던 그의 시에는 도대체 시적(?) 꾸밈이 없었다. 시인지 일기인지 구분할 수 없는 시들의 나열. 진보적 사회운동가이자 시인인 그가 잊고 사는 삶의 한 단면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일상들을 읽노라면, 정말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 했다. 헌데 그 삶이 낯설지 않은 것은 그 같은 고민과 갈등, 자기 속임과 위선 나 또한 하고 살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의 시에 몰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으론, 그의 시에 실명으로 자주 등장하는 동지이자 친구였던 죽은 이들의 연민과 죽지 못해 살아가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살아 있는 이들에 대한 애정이 잔뜩 담겨 있는 시들을 읽으면서 시인 신현수, 교사 신현수, 운동가 신현수는 과연 어떤 사람일지 점점 궁금해져만 갔다. 그가 말하는 한 시대의 시간을 강물처럼 살면서 사랑을 지나가게 했던 시인 신현수의 삶을 시로 읽으며 감동과 함께 마음 깊은 곳에서 슬픔이 밀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혼돈과 절망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 정말 희망이라는 것이 다시 우리들 품속으로 들어올 수 있을지에 대한 답답함과 서러움때문에 나는 이 시집이 무척 좋았다.
많은 시가 이었지만, 문제나 상황에 더 이상 분노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이 줄 서지 않고 떠드는 사소한 일에 분노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낸 '나는 분노한다'는 시나, 하나의 몸으로 열 가지 일을 하던 시절, 다시는 그해처럼 절대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그해의 마음과 지금의 나와 무엇이 다른지, 마음이 두 개인지를 말하던 '마음2', 명색이 선생이면서 학원 앞에서 아들을 기다렸다는 자괴감을 드러내는 '아들을 기다렸다'는 시, '난 좌파가 아니다', 헌정시 '시간은 사랑이 지나가게 만든다더니'는 지금도 떠오르는 시들이다. 조재도 시인도 인정한 이 시집 가운데 그나마 아름다운 흔들림을 주었던 시 '그러므로 클림트'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다섯번 째 시집이라는 이 시집을 내면서 풀어낸 그의 후기가 내 맘에 와 닿았기에 그 일부를 옮겨 놓는 것으로 2년만에 쓰는 독후감을 마무리한다.
[사람의 앞날은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다. 지금 내가 여기에. 이런 모습으로, 있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기는 나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지금 우리가 이런 지경까지 처해질 줄은 정말 몰랐다. 내가 언제까지 여기에. 이런 모습으로. 있게 될 줄 모르겠다. 다시 나가야 할 때가 점점 다가오는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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