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2학년 교실로 들어가는 내 발길이 낯설다. 2학년 아이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고 아침을 시작했지만,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듯 붕붕 뜨는 느낌이다. 지난 주에 월요일에 오면 일기장을 교탁 위에 올려 놓으라 했지만 아무도 내 놓지 않았다. 이게 2학년일까?
아침에 할 일이 많았다. 오늘은 일 년 간 쓸 자기 물건을 가져오는 마지막 날이다. 어머님들이 알뜰살뜰 챙겨준 학습준비물을 가져온 아이들이 어디다 넣어두냐고 난리다. 이제 자기 사물함에 넣어도 된다고 하자, 아직도 자기 번호를 몰라 헤매는 아이들이 있다. 한 명씩 다시 번호를 불러주고 사물함에 정리하라고 했다. 이러다보니 아침 시간이 다 갔다. 오늘은 학급임원도 뽑으란다. 그래서 1교시 가고. 2교시가 시작될 무렵 동학년 선생님이 오시더니 아침에 교통서시는 어머님들 곁에 있으란다. 교감선생님 눈 도장도 찍으라나.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교육을 하자는 건지.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과연 어머님들이 아침시간 아이들 곁에 있는 교사를 원할까 아님 아이들 교실에 내버려두고 교통당번 하시는 어머님 곁에 서 있는 낯선 교사를 원할까?
충분히 안내를 하고 이해를 구한 다음 나는 아이들과 교실에서 아침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개혁해야 하는지 여전히 우리네 학교풍토는 변화를 거부한다. 아침 시간 아이들이 사물함에 준비물을 넣게 안내를 하던 때, 한수진이 질문을 한다.
"선생님, 무슨 좋은 있으세요?"
"아니, 왜?"
"선생님, 계속 웃고 있잖아요."
"응~ 너희들 보면 선생님은 언제나 즐겁지요. 아침이 즐거우면 좋잖아요?"
오늘 사실 의식적으로 웃었다. 월요일 아침, 힘들지만 웃으며 시작해야 하루가 편안할 것 같아서다. 물론, 아이들에게 구긴 인상보다 밝은 인상을 보여주고자 마음 먹었던 탓도 있다.
사실, 오늘 여러 가지로 아이들이 뜻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조금 인상을 쓸만도 했는데, 이내 맘을 풀었다. 하~ 힘들다. 거침없이 내 속내를 드러내는 일도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무척 조심기만 하다. 아직 수련이 덜 된 탓일 것이다.
이래저래 학기초라서 각종 계획과 공문, 준비할 것들이 쏟아진다. 학급 내에 하다못해 번호라도 붙여가며 정리할 것들이 보이는데, 수업을 앞세우니 마음이 급하기만 하다. 아이들과 편안히 이야기도 나눠야 하는데, 쉬는 시간도 부족해 보이고 뭔가 쫓기는 기분이다. 오늘 아이들 일기를 봐주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3월은 족히 벗어나야 할 것 같은데,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하~ 오늘 지회도 또 가야 한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고 마음은 급하고......
오늘 농담삼아 아이들에게 선생님 주말에 학교에 오지 않아 선생님 보고 싶지 않았냐 하니 여기 저기서 보고 싶다거나 아니요라는 말이 섞여 나온다. 그래서 보고 싶었지 않냐며 보고 싶었던 사람은 손을 들게 했더니 한 80%가 손을 들었다. 하하. 역시 2학년이야. 그래 나도 너희들 보고 싶었다~
'2006-12교사일기 > 2008년 교사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어수업 준비하기 (0) | 2008.03.12 |
---|---|
난 선생님 싫어요~ 난 좋은데? (0) | 2008.03.11 |
잠시 숨을 고르고 (0) | 2008.03.08 |
2학년과 함께 사는 일 (0) | 2008.03.07 |
사천 개의 조각을 겨우 겨우 (0) | 2008.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