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을 벗어나면 아이들은 금새 달라진다. 감춰져 있던 자기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새침데기였던 아이도 우악스럽게 변하기도 하고 철부지 같았던 아이들이 의외로 남을 잘 도와주기도 한다.
답답했던 교실을 떠나서인지 소란스럽고 정리가 잘 안 되기도 하지만, 너른 운동장에서 그게 별 대수가 되겠나.
오늘, 오랜만에 아이들과 운동장에 나가 뛰어 놀았다. 십자이어달리기를 하는데, 4학년에 하던걸 2학년에게 적용보았다. 처음엔 좀 주저하기도 했는데, 의외로 아이들이 곧잘 따라했다. 물론, 전략까지 짜는 정도의 섬세함은 떨어졌지만, 뛰는 길을 기억해 즐겁게 달리는 아이들 모습이 참으로 귀여웠다.
한 시간을 마치고 쉬는 시간을 가졌다. 쉬는 시간이라도 나는 쉴 수가 없다. 좋다고 달려드는 녀석때문에 그렇다. 이럴 때면 내가 꼭 연예인이라도 된 기분이다. 이렇게 날 좋아해주는 아이들이 있을까. 단지 담임선생님이라는 것때문에 나는 호강하고 있다. 요즘 부쩍 고은이가 달려와 손을 잡고 매달린다. 오늘은 쉴려고 앉아있는데, 살포시 내 품으로 들어와 내 다리에 앉아 재잘댔다. 나중엔 예인이 녀석도 왔는데, 이 녀석은 2학년 아이치고 큰 터라 무거워 사실 혼이 났다. 현홍이는 어느 틈엔가 달려와 내 볼에 뽀뽀를 하고 간다. 몸은 하나인데, 대여섯명이 함께 달려드니 못살 지경이다. 하지만,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둘째 시간에는 돼지씨름도 해 보았다. 씨름장에서 남녀 대결을 시켜 보았는데, 예상대로 남자들이 진다. 이 놀이는 힘으로 하면 안되는데 자꾸 힘을 쓰려는 남자녀석들이 많아 여자가 곧잘 이기는 놀이라 곧잘 대결놀이로 시켜 본다. 재원이 녀석은 그 큰 엉덩이를 가만히 앉아 실룩실룩 거리며 상대방을 넘겨뜨리는 통에 온통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시간이 남아 간단한 노래와 율동도 하고 즐거운 생활시간을 마치고 교실로 들어왔다. 땀으로 범벅이 된 녀석들은 일찍 먹은 우유가 아쉬웠던지 물 좀 먹고 오겠단다.
아이들은 살아있다. 교실만 벗어나도 그걸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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