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교사일기/2008년 교사일기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갈돕선생 2008. 5. 2. 21:47

무리수를 쓰면 안되는데, 어제 오늘 몇몇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다그치고 꾸중을 한 나를 돌아보며 아직도 나는 멀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아이들은 배운 것을 잊어버릴 수도 있고 잊고 싶은 것도 있을 터인데, 좀 더 친절하게 아이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나는 엄한 교사가 돼 버리고 말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가가면 이해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는지 나는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랬으면서, 아이들에게 모른다고 화를 내는 내 모습은 분명 교육자의 모습이 아니라 훈육자의 모습 그래로였다. 좀 더 공부하고 좀 더 철저하고 아이들을 섬기지 않고서는 나는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늘 반성하는데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어설프게 아이들을 혼낸 나는 어제 오늘 마음 한 켠이 무척 무겁고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어제 심수환 선생님을 초청해 어린이 그림 그리기 연수를 진행했다. 오랜만에 뵙는 심수환선생님의 그림 그리기 강연에서도 내가 잘 못하고 있는 부분이 그대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떤 과정으로 가르쳐야 할까? 나는 여전히 이 부분이 부족하다. 대충 가르쳐 놓고 그걸 모른다고 다그친다고 해서 아이들은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괴로워 할 뿐이고 공부가 두렵고 선생님이 두려울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부지런히 공부하고 몸이 베이도록 하지 않고서는 나는 제대로 교사가 될 수 없다. 재능이 없다고 할 것이 아니라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교육방법과 실천, 그리고 교재가 어우러질 때 아이들은 패배감을 느끼지 않고 자기 능력을 자유자재로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오늘 김강수선생님 부친상으로 멀리 서울서 김영주, 김주환, 윤승용선생님이 부산을 찾았다. 장례식까지 길을 안내하면서 그 선생님들과 나눈 이야기 속에서도 이런 부분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가 정해졌다면,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좀 더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대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패배자라는 멍애를 쓰고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은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만남 속에서 비로소 교육과 교사가 바뀌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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