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돕이야기 만들기/행복을 꿈꾸는 삶

교사가 열었던 학부모 강좌

갈돕선생 2008. 10. 21. 23:31

지난 토요일, 김해 어방초등학교에서는 [솔빛엄마의 부모 내공키우기](민들레)라는 책을 펴낸 이남수님의 강의가 있었다. 그분의 책을 읽고, 문득 우리 반 어머님들에게 소개 시켜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의 제안을 받아들인 전교조 김해초등지회의 지원을 얻어 좀 더 크게 문을 열었다. 김해와 창원지역에서 이남수님을 직접 만나고 싶어 오신 학부모들도 꽤 있었다. 60여명의 학부모와 10여명의 교사가 함께 한 자리였다.

 

우리반 어머님들을 위한 자리였는데, 오히려 이번 행사 시중은 우리반 어머님들이 들었다. 싫은 내색 안 하시고 오히려 강좌를 마련해준 내가 자랑스럽고 고맙다며 기꺼이 수발을 드시는 우리반 어머님들 덕에 생각보다 쉽게 행사를 치룰 수 있었다. 도움을 드리려다 되려 도움을 받게 된 행사가 됐지만, 사교육에 흔들리지 않고 자식 앞에서 당당하게 부모의 내공을 키우라는 이남수님의 강의가 조금이나마 우리 반 어머님들에게 도움이 됐을 거라 생각하니 한 편 마음이 뿌듯하기도 했다.

 

세시간에 걸친 강의였지만, 솔빛엄마 이남수님의 강의는 진지하고도 재미있었다.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한 자녀교육이야기에서부터 지금의 교육문제와 사교육의 병폐까지 익히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편안하게 전해주시는 덕에 어머님들 대부분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셨다. 40분 가까이 이어진 질의 응답시간마저 빠르게 지나갈 만큼 열띤 강좌이기도 했다. 짐작은 했지만, 오늘 강좌를 찾은 어머님들 대부분은 혼자서 자녀교육을 잘 해보려는 모습들이 많았다. 솔빛엄마는 바로 그런 점을 지적하며 걱정하는 문제를 혼자만 고민하지 말고 옆집 엄마나 한 집 걸러 다른 엄마들과 소통하며 함께 해결하라는 제안을 했다. 자그마한 학부모 지역공동체가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교육을 바꾸는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아직은, 아마도 이 강좌를 찾은 어머님들에게는 힘겨운 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계기와 교사들의 노력만 꾸준히 이어진다면 전교조에 대한 연대의 끈과 지지의 바탕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싶었다. 어쩌면 합법화 이후, 지난 10년간 전교조는 앞만 보고 달려왔는지도 모른다. 우리들의 지지세력이 되어줄 학부모와 아이들에 대한 섭섭함이 늘 떠나지 않았지만, 우리 교사들이 얼마나 부모님과 소통하려 했던가 돌이켜 보면 반성할 일이 분명 많다. 적어도 내 경험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열심인 교사들을 우리 부모님들은 어느 교직단체에 있는가로 판단하지 않았다. 그들이 박사이거나 석사이거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과연 내 아이들, 우리 반 아이들에게 얼마나 헌신적이고 진정성을 담은 실천을 하느냐로 판단해 주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가 전교조 조합원이건 아니건 그건 중요한 것 같지 않다. 교육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교사라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고 교사 자신을 위하고 아이들을 위하는 실천을 해야한다. 그리하여 끊임없이 부모들과 소통하여 우리가 하고 싶은 교육,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교육을 아이들과 학부모의 입에서 나오도록 해야한다. 적어도 나는 이런 것이 진정 교육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어머님들을 위한 강좌를 마련하기 위해 솔빛엄마 이남수님에게 전화도 드리고 메일도 주고 받으면서 서로 그런 점들을 확인했었다. 울산지부 참교육 학부모회 전 지부장 출신이자 해직교사의 아내이기도 했던 솔빛엄마는 강의를 마치고 김해를 떠난뒤, 내게 메일을 한 통 보내셨다. 그 가운데 이런 글이 담겨 있었다.

 

"내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왜 선생님 같은 분을 단 한번도 만나지 못했는지 너무 아쉽더군요."

 

다시 어둡고 암울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지만, 학부모들이 바라고 생각하는 교사, 아이들이 기대하고 꿈꾸는 교사, 행복한 교육을 꿈꾸는 교사의 모습은 언제나 변함이 없을 것이다. 전국에 있는 많은 선생님들, 끊임없이 성장하는 교사로,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교사로, 부모님들과 함께 정을 나누며 사는 교사로 살아가시길 바란다. 지난 토요일 나는 아이들의 학부모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