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조리고 기다리던 소식을 오늘 아침 9시 10분이 넘어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9시경에 올라올 줄 알았던 금산간디중등과정 합격소식이 늦어지자 초조함은 더했다. 오늘은 우리 반 아이들과 산행을 가기로 했던 터라 서둘러 나가야 하는데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한 번 더 확인해보려 하자 그때 게시판에 중등과정 합격자 명단이 올라온 것이 아닌가. 떨리는 마음으로 정말 벅찬 마음으로 열어 보았더니 다행히도 우리 아이 이름이 명단에 올라와 있었다. 어찌나 기쁘던지, 아이 엄마에게 문자를 보낸 뒤 한동안 내 마음은 안도와 들뜬 마음이 몇 번이나 엇갈렸다.
하~ 우리 아이를 간디학교에 입학시키고자 했던 지난 6년여의 과정이 막 떠 올랐다. 대학원에서 간디학교를 대상으로 논문을 쓰면서 우리 아이를 꼭 간디로 보내고자 했던 그 때가 벌써 6년 전이다. 그렇다고 해서 간디학교는 마음만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 곳이었다. 성적이 중요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성적보다 학부모의 교육철학, 삶의 철학, 공동체 생활에 적합해야할 아이의 생활태도에 이르기까지 주관적 요소가 반영될 수 밖에 없는 간디학교의 선발과정은 아이 입학을 준비하는 우리 부부를 늘 긴장하게 만들었다. 문득 지난 일요일 상기된 얼굴로 간디학교선생님들 앞에서 학부모 면접을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어찌나 떨었던지.
문득 우리 아이에게 맞는 대안학교를 찾아 전국을 누볐던 일이 떠 오른다. 해남강진의 문익환 늦봄학교에서 제천간디청소년학교, 둔철간디학교에 이르기까지 대안학교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우리 아이의 삶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 애썼던 지난 날들. 어쩌면 지금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공교육에서 비인가 교육기관으로 아이의 삶을 전환시키면서 아이의 삶을 얼마나 인정하고 배려해야 할지, 앞으로 우리 부부가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은 더 많아진 듯 보인다. 금산간디학교에 입학하면서 부모인 나도 함께 입학한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지도 모른다.
아이때문에 평생 살 것만 같았던 경남, 그리고 김해를 내년이면 떠나게 된다. 지금 금산에서 살 집을 한창 짓고도 있다. 내 삶도 아이때문에 180도 달라지게 됐다. 하지만, 이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자발적인 가난함. 사회기득권 포기가 가져다 줄 삶의 행복을 기대하고 있다. 나는 믿고 있다. 나의 판단을. 무엇보다 우리 아이를 믿는다. 어느 누구도 느끼지 못할 10대의 행복을 만끽하며 큰 어른으로 자라주길 바란다. 아~ 오늘은 하루 종일 행복했다. 우리 반 아이들과 학교 뒷산에 올라 가을 산행을 하는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금산간디숲속마을에서 바라본 간디고등학교 풍경>
<70%의 공정을 보이고 있는 금산간디숲속마을 우리집과 아이들을 위한 기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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