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학급을 맡게 되면 눈에 띄는 아이들이 있다. 내 눈에 띄는 아이들은 공부를 잘 하거나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아니다. 공부가 처지고 자신감을 잃고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사는 아이들이다. 때로는 비뚤어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심성을 가진 아이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 아이들의 아픔을 치료해 줄 특별한 능력이 있어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꾸 그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다. 때로는 답답해 그 아이들에게 화까지 낼 때도 있지만, 늘 나는 그 아이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도와주고 싶다. 곁에 있어 주고 싶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서툴다.
오늘 두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한 아이는 오늘 일기장에 어제 첫날처럼 오늘도 공부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글을 쓴 남자 아이였고 또 한 아이는 어제 내게 붕어빵을 건넨 가운데 한 여자 아이였다. 둘 다 자신감이 없다. 공부시간에 내 눈치를 보는 것이 자주 보였다. 글 하나 쓰거나 문제 하나 푸는데 자신감이 없다. 남자녀석은 눈치는 보지만, 크게 게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기초학력이 미달이라는 지난해 딱지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그 아이의 수학학습력은 3학년 단계에서 멈춘 것 같았다. 가정에서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아 보였다. 학습에 전혀 의욕을 보이지 않는 이 녀석과 어떻게 일 년을 보내야 할 지 모르겠다. 당장 수학시간에 그 아이는 다른 공부를 해야할 것만 같았다. 고민이다. 준비할 것이 또 하나 생겼다.
여자 아이는 얼굴이 빨간 상태로 하루를 보냈다. 예쁘고 순하고 착하기만 아이. 가만히 그 아이가 풀어내는 학습력을 보니 지적능력이 떨어진다기 보다 환경적인 혜택이 부족한 탓이 커 보였다. 수학문제도 알기는 하지만 복습이 되지 못하다 보니 늘 알다 그치고만 학습력이어서 속도도 느리고 조금씩 틀렸다. 선생님 절대로 화 안 낼테니 걱정말고 풀고 모른 것이 있으면 물어라 했다. 오늘 끝까지 남아서 다 풀고 간 아이는 그 아이뿐이다. 얼굴이 붉어질 대로 붉어진 상태였다. 어찌나 발그래했던지 내가 가볍게 얼굴에 손을 댔더니 엄청 뜨거웠다. 부끄러워하며 웃음을 흘리던 그 아이가 교실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 보았다. 씁쓸했다. 그 아이가 좀 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저 아이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렇게 아이들을 읽어내고 곁에서 살아주는 일로도 바쁜데, 이 작은 학교는 참으로 복잡하게 일이 돌아가고 교사 한 사람에게 던져지는 일도 너무나 많다. 이 틈바구니에서 아이들 삶을 읽고, 글을 읽고, 곁에서 살아주는 일을 해야할 일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부디 아이들이 내게 힘을 주길 바란다. 멀리 타지로 떠나 온 나에게 이젠 오직 아이들만이 희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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