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교사일기/2009년 교사일기

나에게 교사란 직업은 무엇일까?

갈돕선생 2009. 3. 15. 23:32

경상도가 아닌 이곳 충청도 그것도 논산의 한 작은 학교로 근무지를 옮긴 지도 보름이 다 돼 간다. 여전히 잡일때문에 그리고 개인적인 우울때문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 교장선생님의 명령(?)으로 난데없이(?) 가정방문을 가게 됐다. 4월쯤 가정방문과 학부모상담을 계획하고 있던 터라 별다른 준비도 없이 덜컹 아이들 집을 방문할 수 밖에 없었다. 좀 더 아이들을 지켜보고 생각한 뒤에 가정방문을 하면 좋겠는데, 이제껏 그래왔는데, 현 교장선생님이 오신 뒤로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갑작스런 가정방문 실시는 기존에 계신 선생님에게도 낯선 교육활동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학교장의 명령에 따라 나는 가정방문을 나갔다. 갑작스런 가정방문이지만, 이번을 계기로 아이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읽을 수 있는 계기로 삼자는 긍정적인 생각을 했다. 결과적으로 나에겐 큰 경험이었고 교사란 내 직업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짐작한 대로 큰 도시 아이들의 가정과 농촌 가정의 아이들과 부모들의 삶은 무척 달랐다. 집의 모양과 집에서 풍기는 냄새와 가재도구에 이르기까지 나에겐 오래간에 만에 맛보는 시골가정 모습이었다.

 

14명 가운데 내가 찾은 가정은 여덟가정이다. 그 가운데 두 가정은 나름대로 안정됐지만, 나머지는 아이들이 이런저런 상처를 안고 사는 가정이었다. 어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조부모 밑에서 커가는 아이들이 있었고,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어머니를 모르고 조부모 밑에서 자라온 아이도 있었다. 나라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 생계가 어려운 두 가정의 부모와 짧게나마 이야기를 나누고 난 뒤에 나는 교사인 내 직업이 무척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아이들 현재의 삶과 미래의 삶이 이미 결정되어 있는데, 그 틀에서 헤어날 수도 없는 현실에서 공부걱정을 하는 부모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과연 이들에게 공부가 행복한 삶을 보장해 줄 수 있을까? 도대체 내가 이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또 다시 나는 공부를 해야할 처지에 놓여 있다. 도시 아이들과 다른 가르침과 삶을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하는데 여전히 나는 준비가 부족한 교사다. 우울함과 힘든 학교생활로 잠시 흔들렸던 나는 이번 가정방문에서 만난 아이들의 처지를 보면서 엄청난 부담까지 떠 안았다. 이 아이들 곁에서 어떻게 살아주는 것이 교사로서 내가 할 도리를 다하는 것일까? 어쩔 수 없이 나는 또 일 년간 부딪치며 해결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질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와 함께 했던 유년시절의 일 년이 어른으로 성장하고 살아갈 즈음 작은 힘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내 교육철학을 오롯이 담도록 노력해 볼 작정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거실 텔레비전에서는 mbc스페셜 '거리의 선생님'이 방영됐다. 또 다시 생각해 본다. 나에게 진정 교사란 직업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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