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표지를 얻으려 인터넷 서점을 들렀더니 생각보다 많이 팔려나가고 있어 기분이 좋았다. 내가 읽고 있는 책이 다른 이들도 공감하는 내용이라면 본디 외로운 세상이지만 살만하다는 지극히 세속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이었을까. 아무튼 출판사로부터 선물로 받은 이 책을 손에 든 지난 일주일이 참으로 행복했다.지난 5년을 아둥바둥 살아온 터였기에, 행복했지만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기에, 우연이었지만 각기 다른 색깔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순간은 마음이 참 편안했다. 그러면서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이 시대를 사는 작가들이 자신들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써내려간 13편의 에세이를 담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친숙한 도종환, 공선옥, 김중미, 이병천..... 이들이 그려내는 각기 다른 13명의 삶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한때 세상과 사람들을 두부류로 나눠 지나치게 구분짓고 살려했던 지난 날의 내가 한없이 부끄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다른 환경과 성장과정, 시련과 고통 속에서 언젠가 덧없이 끝날 삶을 정성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쉽게 판단하고 재단하고 규정짓는 일은 더 이상 해야할 일이 아닌 것 같다.
13편 이야기 가운데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분은 이명랑 작가가 소개한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 우리 동네 떡볶이 아줌마'였다. 포장마차 떡복이 아줌마를 동네사람 모두가 찾고 싶어하고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 분위기는 드라마에나 영화에나 나올 법 한데, 정말 그런 분이 세상에 있었다는 게 정말 신기했다. 자신도 힘들게 살고 있으면서도 남을 걱정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어묵 하나씩 집어 주는 살가운 마음 씀씀이를 보이는 떡복이 아줌마는 어느 큰 위인들보다 대단해 보였다. 부러웠다. 나를 버리고 내 것만 챙기려 하지 않을 때 비로소 얻게 되는 선물과 같은 그것을 나는 언제쯤 가질 수 있을까?
이 밖에도 이 책에는 작아보이지만 큰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집배원아저씨, 농부, 프레스공, LP판매상, 제관 노동자, 영화연출부 막내, 복덕방 할머니, 춤꾼, 목수, 화가, 숯 굽는 사람, 어부.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행복한 일이다. 그저 내 삶의 이야기도 언젠가는 누구의 글과 말에서 아름답게 들리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게 사는 게 정말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말이 새삼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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