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구해 읽은 지가 벌써 반 년이 돼 간다. 읽고 싶어 사놓고 늘 그랬듯 다른 일로 다른 책을 먼저 읽다 한동안 한 곳에 미뤄 두었다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생각에 다시 붙들고 읽다를 되풀이 하다 겨우 다 읽었다. 솔직히 정독을 하지는 못했다. 눈이 머무는 곳에서는 정독을 하다 절반 이상은 머리에 남지도 않을 것 같아 슬슬 읽었다. 여러 학자들의 논문을 묶어 놓은 것이라 일단 재미는 없었다. 교사로 바로 서고 싶고 대안교육 또는 대안을 모색하는 교육에 관심있는 자들의 적극적인 읽기만이 이 책을 끝까지 손에 놓지 않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내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고 내가 대안학교가 있는 마을에 들어와 지속 가능한 마을을 꿈꾸고 살고 있다. 밖에서 보던 대안학교와 곁에서 지켜보는 대안학교는 차이가 컸다. 미루어 짐작을 하고 기대를 크게 갖지 않았음에도 무심히 스며오는 실망과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생각은 더욱 커졌다. 아직은 공교육의 폐혜를 비껴갈 통로 가운데 하나일 수밖에 없는 대안학교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는 생각때문이었다. 비록 대안학교만은 아니었다. 공교육 교사인 나로서는 이 직업을 그만 둘 때까지 지금껏 해 왔듯이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변화에 도움을 줄 수 있겠금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대안교육 10년이 넘었지만, 혁명적인 변화 없이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듯한 대안교육의 현실을 교사들에게서 찾고 있다. 개개인의 능력 문제를 지적하기보다는 대안교사로서 탄탄하게 뿌리내릴 교사들을 키워내지 못한 교사양성과정의 문제와 학교를 만들어 가야 하는 교사들의 의식과 문화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비단 대안교사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읽으면 읽을 수록 공교육 교사. 아니 모든 교사들의 문제로 다가섰다. 원칙과 체계가 무너지는데다 배움의 역동성까지 사라져버린 대안학교를 지적하는 지점에서는 크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대안교육을 위한 아홉가지 성찰을 이야깃거리로 내밀고 있다. 자유와 공동체, 사회와 정치해방, 전인성과 통섭적 연관구조, 종교와 영성, 자연과 우주적 전망에 기초한 생태학, 미와 예술, 손과 노작활동, 작은 학교, 독창성과 토착화. 이 가운데 나는 '통섭'을 가장 주목했다.
지식의 크로스오버를 넘어서는 통합을 일컫는 '통섭'의 원리는 헨티히의 교류교육과정, 요제프 라이프레이트학교의 그물망 교육과정을 예로 들었는데, 꽤 낯설지 않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이부분은 언제 다시 읽고 이어 붙여 읽을 작정이다. 지식이나 교과간의 경계를 넘어선다는 점에서 기존의 통합교육과정과 별반 다를게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단순히 통합을 통한 즐거움보다는 지식과 교과의 교류를 통해 아이들이 분자화된 현실을 통섭적으로 이해하고 그에 따른 삶의 의지와 통찰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느낌이 신선했다. 어쩌면 우리가 늘 바라는 일이고 비슷하게 아주 낮은 차원에서 실천을 해왔지만 근본적으로는 교실단위의 수업에서는 결코 이뤄내지 못하는 큰 그림이라 여겨졌다. 결국 학교교육과정 속에서 해결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교사들이 그에 걸맞는 교육과정에 대한 깊이있는 해석과 세계관과 교육관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학부모들의 공감과 동참은 당연하겠다.
참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은 교육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학급단위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일이 무슨 의미가 있고 어떻게 해석하고 실천해야 할지 끊임없는 성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내가 하는 이른바 교육행위가 겉만 번지르한 쇼에 불과할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각기 다른 학자들이 하나의 책으로 합의와 결론을 내기란 어려울 터인데 어쨌든 출간돼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책이 읽히고 있는 모양이다. 여러 사람들의 논문이 하나의 궤를 이루기란 사실 힘들게 보인다. 풀무학교로 마치 아홉가치 대안교육의 성찰이 함축되는 모양새도 그러니와 대안교육 10년을 돌아보는 첫 책이니만큼 빈틈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이 던져주는 생각할 거리는 생각 밖으로 많다. 인용되는 무수한 사상가들의 아름다운 언어는 곧잘 내 가슴을 뛰게했다. 대안적인 앎만으로 대안적인 삶을 바꿔낼 수 없다는 말은 가장 큰 가르침으로 받아들였다. 앎이 내 삶을 바꿔낼 수 있는지, 진정 지금껏 내가 공부하고 밝혀냈던 수많은 앎들이 내 삶을 바꿔냈는지, 그래서 내 삶의 변화가 내 아이들의 앎과 삶에 긍정적인 변화와 영향을 끼쳤는지 나는 이 책을 통해 반성해야 해다. 500쪽이 넘는 논문 형식의 이 책을 정독하여 읽기란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교사로서 진정 성찰을 원하고 나를 변화시키는 공부를 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꼭 일독을 권한다. 혼자 읽는 것보다는 여럿이 함께 읽고 토론하며 내것으로 만드는 게 더 좋을 듯 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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