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김수업선생님을 뵐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분은 그야말로 학자요, 스승이요, 이 시대 큰 어른이다. 나이 일흔이 넘으셨는데도 젊은이들 보다 더 뚜렷하게 글을 쓰시고 흔들림없이 강의를 하시는 모습을 볼 때면 참으로 대단한 분이라 여길 수 밖에 없다. 김수업선생님이 쓰신 <국어교육의 길>을 읽은지 어언 3년이 지났는데, 이제야 선생님의 또 다른 책을 겨우 하나 더 읽어냈다. 그것도 줄을 쫙쫙 그어가면서 말이다.
잡지나 신문이나 책에서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 늘 느끼는 건 참 글을 쉽게 쓰신다는 거다. 물론 우리 말을 살려 쓰시니 그렇겠지만, 훌륭한 글쓰기는 큰 가르침을 누구나 잘 알 수 있게 쓰는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면 김수업선생님만한 분도 없을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은 아마도 한겨레 신문에 한동안 실었던 내용을 다듬고 보태어 만든 것 같다. 그때는 이따금 읽는 것이어서 크게 흔들리는 마음이 없었는데, 이렇게 한 데 묶어 놓고 깊이 생각하며 읽으니 쉽게 여기고 지나쳤던 우리 말의 얼마나 큰 것인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가장 큰 깨달음은 왜 우리말을 아껴야 하고 입에 달고 달아 두루 쓰여야 하는지를 뚜렷하게 알게 됐다는 거였다. 그저 중국한자말에 밀리고 일본식 한자어를 쓰고 있다는 국수적인 생각이 아니라 우리말 하나 하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뚜렷하게 알게 되다 보니 함부로 남의 말을 끌어다 쓰는 것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지르는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나의 말이 생겨난다는 건 참 대단한 일이다. 우리말이 다루는 세계는 무척이나 많고 종류도 여러가지여서 단지 몇 마디로 나타내는 다른 나라말에 견줄 바가 아니다. 그 말의 가짓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들의 문화와 삶의 다른 세계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다른 나라 말을 우리 식으로 받아들이되 뿌리 깊은 우리 모습을 사라지지 않게 하자는 것이 김수업선생님이 본 뜻이 아닌가 싶다. 슬기롭고 삶의 깊이와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눈을 가졌던 우리 조상들의 모습, 아니 우리들의 모습을 잃지 않기 위해 서럽게 살아온 우리말을 우리는 자주 부려써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늘 가까운데 두어 두고 두고 읽어야 책이다. 특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아이들과 함께 사는 교사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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