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돕이야기 만들기/읽은 책 들려주기

존 홀트의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를 읽고....

갈돕선생 2010. 5. 5. 22:44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

 

'아이들은 왜 실패하는가'를 읽고 이 책에 손을 댔을 때 이미 짐작은 했지만, 놀랍고 안타깝기까지 한 이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저런 책들에서 존 홀트가 말한 것과 비슷한 논리와 사례를 만나기는 했지만, 이렇게 작정하고 깊숙하게 아이의 실패와 배움을 읽다 보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부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놀랄 수 밖에 없었고 지난 날 나를 거쳐간 수많은 아이들과 내 아들에게 그저 미안하기가 그지 없어 안타까웠다. 게다가 슬픈 건, 더욱 슬픈 건. 내가 우리 아이들을 끊임없이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공교육의 교사라는 것이고 당분간 이 곳을 떠나기가 어렵다는 거다. 앞으로도 나는 잘못을 저지를 것이 뻔한 이 직장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살 수 밖에 없을 텐데 정말 어떻해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제 간디중학과정 2학년을 다니는 내 아이. 어린이를 지나 청소년기에 접어든 우리 아이를 나는 어떻게 대했고 앞으로 어떻게 길을 열어줄 것인지.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고민을 해야했다.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

 

그동안 아이들은 아이들의 세계는 백지상태여서 어른들이 가르치는 대로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어른들이 생각한 바대로 아이들을 이끌면 아이들은 배울 수 있다고 착각해 왔다. 아니 종교적인 신념처럼 때론 맹신해 왔다. 그러나 아이들은 자기만의 속도와 방식대로 배울 수 있고 배우려 한다. 존 홀트가 발견한 건 바로 배움을 즐기는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배울 거리만 던져주면, 배울 거리만 주변에 있으면 스스로 배운다. 어른은 그 길만 따라가 주며 도와주면 된다.

 

자기만의 시간표가 있는 아이들

 

존 홀트는 아이들에게는 각자 다른 시간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어른들이 강제하는 시간표가 아닌,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시간표. 그 시간표를 준중하고 어른들이 보기에는 더디고 답답하고 잘못가는 길처럼 보이지만, 배움의 끝은 결국 아이들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그러나 아이들은 실패한다. 어른은 기다려 주지 않고 아이의 시간표보다 어른들의 시간표를 앞세우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믿지도 않는다. 아이들은 결국 자기만의 시간표를 잃고 어른들이 짠 시간표대로 억지로 억지로 공부하게 된다. 10년이 넘도록 아이들은 강제된 시간표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배움과 사랑

 

아이들의 타고난 열정과 능력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존 홀트는 아이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 그들에 관해 뭔가 중요한 것을 배울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관찰한 결과 아이들은 배우기를 좋아하며 아주 잘 배운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이 책은 어린 아이들의 배움의 과정을 세심하고 통찰력 있게 관찰한 존 홀트의 역작이기도 하다. 그는 또 말한다. 그럼에도 자기 책은 학교가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을 조금도 바꾸지 못했다고. 학교는 아이들을 믿으려 하지 않았단다.

 

존 홀트는 사랑이 일으키는 배움의 기적을 다음과 같이 아름답게 기술하고 있다.

 

아이들이 사랑스러운 것은 아이들을 아무것에서나 그런 작품을, 그런 대단한 일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모든 참된 배움의 중심에 있는 건 전략이나 사고의 기교가 아니라 사랑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사랑을 통해서 아이들이 배우고 자라도록 놔줄 수는 없는 걸까?......

 

또 그는 그의 신념을 다음과 같이 뚜렷하게 기술하고 있다.

 

사람은 본래 배우는 동물이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사람은 생각하고 배운다. 그러니 아이들을 감언이설로 구워삶거나 꼬드기거나 울러대는 방식으로 뭔가를 배우라고 '동기부여'를 할 필요가 없다. 아이들이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끊임없이 아이들의 머리에 구멍을 뚫을 필요도 없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학교와 교실에 가능한 한 많은 세상을 들여오는 것이다. 아이들이 필요로 하고 또 요구하는 만큼 안내하고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말을 하고 싶어하면 존중하는 마음으로 귀 기울이라. 그 다음엔 자진해서 비켜주라. 나머지는 아이들이 알아서 할 것이니 믿어도 좋다.

 

이 책을 읽고 머리가 확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 더 용기를 낼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전보다 더 아이들을 사랑하야겠구나. 아이들을 더 관찰해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내 아들을 좀 더 믿고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우리 아들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길 하나를 찾은 느낌도 들었다. 이 책에게, 존홀트에게 고맙다.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