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돕이야기 만들기/읽은 책 들려주기

김용택, 도종환, 양귀자, 이순원 외 '수업'

갈돕선생 2010. 7. 19. 20:16

수업

 

이 책은 '수업'이라는 벼름소(주제)로 문인들이 저마다 지난 기억을 되살려 글을 써낸 에세이 모음집이다. 내가 이 책을 구입한 까닭은 아마도 '수업'이라는 책 때문일 것이다. 제목에 이끌리고 우리 시대 대표 문인들이 전한다는 수업이야기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 나는 주저 없이 이 책에 손을 댔다. 또 다른 까닭을 찾아보면 내가 '교사'라는 것. 수업과 늘 살아야 하는 직업, 교사. 36년동안이나 학교를 다니며 헤아리기도 힘든 수 많은 수업을 받고 하고 있는 나. 내게 수업은 무엇일까? 이 책의 겉장을 넘기면서 문득 이런 생각도 해 보았다.

 

책은 크게 두꼭지로 나뉜다. 문인들이 겪었던 지난날의 수업이야기와 문인으로 성장하도록 계기를 만들어준 수업관련 이야기. 딱히 공교육에서 수행하는 수업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양귀자의 '인생수업'이라는 이야기 처럼 학교 밖 수업이야기도 곳곳에 있다. 총 18개의 이야기들이 읽는 이로 하여금 지난날은 물론, 오늘과 내일을 자연스럽게 그려보게도 하는 힘이 있다. 게중에는 흡입력이 떨어지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그런대로 책 제목과 어울릴 법한 이야기가 많아 읽을 만 했다.

 

'네 눈엔 이게 아름답니?'로 시작하는 작가 이명랑의 이야기는 시작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교사인 나에게는 더욱 그랬다. 교사가 던진 한마디가 아이들에게 어떤 충격과 자극이 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김종광의 '악성 종양 같은' 이야기는 지난날 40대라면 충분히 겪어봤을 법한 아님 들어봄직한 교실수업이야기를 자잘히 늘어놓는다. 마치 대중가요 가사가 우리네 삶을 그대로 표현해 공감을 얻듯이 '악성 종양 같은'이야기는 어둡기만 했던 지난날 우리네 교실수업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이밖에도 광주사태를 접한 딱딱하고 완고한 인상의 노처녀교사의 눈물과 기도를 담은 강진이야기, 따뜻한 교사의 배려로 힘을 얻어 살아가고 있음을 고백하는 김나정 이야기, 생각 밖으로 딱딱하고 재미가 없었던 도종환선생의 학교 밖 수업이야기, 지금 봐도 멋진 불어수업이었을 김규나의 어느 불어선생님에 관한 이야기, 이밖에도 많은 작가들이 저마다 다른 색깔과 사연으로 수업과 문학을 이야기 한다.

 

내가 가장 이상하게 여기는 것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 하는 것이 있는데, 그건 지난날의 기억이다. 지난 날 내 삶은 흐름 자체로만 보면 그리 수월하지는 못했다. 초등학교를 일곱 곳이나 옮겨 다녀야 했고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까지 그런대로 평탄하게 살다 직장을 경남과 충남으로 이어나가는 과정은 또 다시 스스로를 힘들게 했다. 그런대로 내게는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막상 떠올려 보라하면 왜 그다지도 건져내어 다른 사람들과 나눌 이야기가 없는지 아쉬울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내게도 수많은 수업이 있었을 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수업이 내 삶을 흔들어 놓거나 바꿔 놓은 기억은 없다. 오히려 학교 밖 선배교사들의 강의와 훌륭한 강사들의 실천과 말씀이 더욱 크게 와 닿았다. 그 중 가장 큰 감동의 수업은 2005년 서울 우리교육 아카데미 4인 4색 학급운영과 교과 강의였다. 이곳에 자세하게 기술하지는 못하지만, 그 때 받았던 충격과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다. 하루 8시간을 단 1분도 지루해 하지 않고 집중하여 들었던 수업은 그 시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교사로 성장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단숨에 깨닫게 해 주었던 분들의 이야기때문에 지금 내 모습도 이만큼 달라져 있다. 정애순, 강승숙, 최은희, 이주영, 조성실, 최종순... 나중에는 이 분 모두를 김해로 초대하기도 했고 직접 만나 이야기도 나누기도 하면서 그 시절의 감동과 감흥을 잊지 않으려 애썼다.

 

언젠가는 내가 받은 수업이 아니라, 내가 했던 수업으로 이야기 꽃을 피우며 기억을 되살릴 날이 오길 바라고 있다. 이 책이 그 계기를 만들어준 책이라는 생각에 독후감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새삼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