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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통신 10] 광주모임 '해든마루'를 찾아

갈돕선생 2011. 3. 28. 16:06

지난 금요일, 올해 찾아가는 연수를 기획하는데 큰 도움과 힘을 주었던 광주모임 해든마루를 찾았다. 이 모임은 연수 뿐만이 아니라 4학년 필자 김정은선생님, 우정의 편지 필자 김데레사 선생님이 함께 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겨울 회지에 실린 모임이기도 했지만, 찾아가는 연수와 필자들을 찾아 인사도 드릴 겸 먼 길을 찾았다. 이 밖에도 올 우리 회지에 과학수업이야기를 전해주실 김기명선생님이 교환교사로 광주 동운초등학교에 계셔 겸사겸사 인사를 드리기도 했다.

 

 

4학년 필자 김정은선생님이 계신 학교는 광주 서일 초등학교였다. 아파트를 끼고 있는 전형적이고 아담한 도시형 공립학교였다. 학교가 아담한 만큼 오후 2시경 서일초등학교는 초등학교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조용했다. 살며시 4학년 2반 교실을 들어가 반갑게 그리고 조금은 쑥쓰럽게 인사를 건넨 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멀리서 오는 손님이라 조금은 불편했을 텐데도 천천히 또박또박 학급얘기며 아이들 얘기를 꺼내는 김정은선생님 모습이 무척 예뻐 보였다. 김정은선생님은 낯선 사람에게 말을 잘 못 건네는 데 내게 말을 건네는 자신의 모습에 조금 놀랐다고도 했다.

 

 

 

 

 

 

 

 

 

 

 

 

 

 

 

 

차 한 잔을 채 마시기도 전에 학급 게시판이며 학급문고를 설명해주는데 마치 내가 장학사라도 된 기분이었다. 일 년 넘게 담임을 맡지 못한 나로서는 한편으로는 부럽고 한편으로는 내 처지가 무척 낯설기도 했다. 이후에도 김정은선생님은 게시판 설명 뒤에도 교단일기를 써서 제본한 것, 학급문집 만든 것, 이런 저런 아이들 공책, 수업을 준비하며 빼곡히 적어놓은 공책을 건네며 자신의 실천사례를 거침없이 늘어놓았다. 10년도 되지 않은 교사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아이들과 지내는 일에 재미있어 하는 선생님을 곁에서 지켜보는 모습만으로도 기뻤다.

 

 

 

 

 

 

 

 

문득 내 옆을 스쳐 지니가던 서일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 모습이 떠오른다. 다시 교실로 가서 아이들을 만나고 싶는 생각이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불쑥 든다. 늦은 6시, 전교조광주지부에서 해든마루 모임을 찾았다. 나 때문에 갑작스레 모임 일정을 조정한 탓에 모임선생님 가운데 절반을 참석하지 못했다. 모임장소로 들어오는 선생님들 사이로 대표이신 송지은 선생님이 한 마디 내 뱉는다. 특유의 전라도 사투리로 "야, 너 인사는 했냐~" 한참을 웃었다. 격의 없이 지내는 광주모임선생님들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바깥 손님이 온다고 해서 특별히 가리거나 숨기려 하지도 않아 더 좋았다. 온전히 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광주모임선생님들 모습에서 무척 친근감을 느꼈다.

 

2주 전에 준비해온 공부를 하나 둘씩 꺼내 풀어놓으며 자기 수업과 자기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는 모습의 선생님들은 조금 전 활기찼던 모습과 다른 사뭇 진지한 모습들이었다. 무언가 정리가 되지 않은 듯 하지만, 그 속에서 각자 할 얘기들이 있었고 자기 몫이 있었다. 다음 차례는 나였다. 연수 진행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과 앞으로 모임에서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한 안내를 했다. 각자 강사들도 나눠 맡아 소개도 하고 강의날까지 책임지는 일을 하기로 했다. 달마다 조금씩 광주연수진행은 대표이신 송지은 샘에게 전달하고 안내하기로 했다. 직접 연수를 진행한다는 것에 광주모임 선생님들의 기대감과 긴장감이 묻어 났지만, 모임에서 풍기는 분위기로 보아 충분히 잘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갔다.

 

 

 

 

 

저녁도 먹지 못하고 밤 9시 넘어 이야기를 나눈 우리들은 서둘러 밥을 먹으러 갔다. 근처에 마땅한 곳이 없어 고민을 했는데, 생기 발랄한  1학년 담임 이유진선생님이 삼겹살 잘 하는 집을 안다며 앞장을 선다. 복잡한 가게 어렵게 마련한 자리에는 이내 삼겹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간단히 반주까지 겸한 자리에서 대표 송지은선생님은 그러고 보니 1년이 넘게 모임을 하면서 한 번도 술자리를 한 적이 없다며 스스로 놀라워 한다. 그러자 다들 한 소리씩 내뱉으며 정말 그랬다며 다음에는 자주 자리를 마련하자 한다. 이 모임이 생긴 이후로 첫 술자리라니. 그곳에 내가 함께 했으니 뜻 깊어 해야 하나?^^ 아무튼 참 살갑고 기분 좋은 모임이다. 

 

배가 고팠던 탓인지 선생님들의 젓가락과 손이 정말 바쁘게 움직였다. 그것을 지켜보는 나는 내 먹을 것이 줄어 들어 아쉽다기 보다 마치 내 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 것처럼 마냥 기분이 좋기만 했다. 어서 드시라며 말을 건네는 선생님들 입은 이미 상추에 싸인 삼겹살로 가득했다.^^ 괜히 미안했던지 옆에 앉았던 이유진샘이 직접 쌈을 싸서 내게 두 번이나 건넸다. 아무튼 적게 먹어도 배부르게 만들었던 행복한 광주모임때문에 밤이 즐거웠다. 2차는 내가 차를 사겠다 했다. 마침 우정의 편지 김데레사 선생님도 동학년모임을 마치고 급히 달려오던 터라 또다른 반가움이 기다리던 자리였다. 전남대 정문 앞 커피 전문점에서 만난 김데레사 선생님은 연신 늦어서 미안하다며 자신이 직접 찻값을 내버렸다. 결이 곱다는 평을 한 임연아선생님의 말씀처럼 자기 생각을 조근조근 얘기하며 교실 속 행복한 교사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김데레사의 선생님 모습도 참 예뻐 보였다.

 

오랜만에 살갑고 다정하고 신나고 흥이나며 정이 묻어나는 소모임을 만났다. 아직은 정체를 다 파악하지못한 김은희선생님과 김형도선생님도 다음 번에 만나면 좀 더 친해지며 재미난 애기를 나눌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보낟. 하~ 다들 어쩜 이렇게 마음 따뜻한 사람들만 모였을까? 광주 선생님들이 말씀 나누실 때 내 수첩에 이런 글을 적었더랬다. "나도 모임을 예전처럼 하고 싶다. 가능할까? 내게도 소모임이 다시 찾아올까?"

 

 

 

 

 

 

 

 

 

다음날 광주에 일정이 또 있었던 나는 다음날 아침 잠깐 시간이 나는 참에 5.18 묘역을 다녀왔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텔레비전에서 천안함 1주년 추모식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광주를 서너 번 갔지만 내가 한 번도 5.18묘역을 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지금 그곳을 가고 싶다는 마음에 이끌려 나는 차를 급히 몰아 달려갔다. 토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무척이나 조용했던 그곳에는 5.18 항쟁 3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도 있었다. 벌써 30년이구나. 서울에서 금산으로 금산에서 광주로 다시 금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먼 길이었었지만, 행복한 모임에서 행복한 교실을 꿈꾸는 선생님들을 만나 볼 수 있어 기뻤다. 

 

여전히 세상은 불행한 교실을 만들어내고 있고 답답한 교실에서 고개 숙여 지식만을 머릿속에 쑤셔 넣는 공부에 학생들은 지켜가지만, 그래도 여기 저기서 애쓰는 선생님들, 마음이 곱고 결이 고운 선생님들 때문에 다시 희망과 기대를 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석 달 뒤에 다시 찾을 광주선생님들을 다시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기분이 들뜬다. 자주 연락해요. 광주선생님들! 무작정 찾았던 손님, 반갑게 맞아주셔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