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먹을 술을 한 달도 안 돼 먹어버린 3월.
정신없이 모임일을 챙겨야 했던 3월.
지진과 쓰나미, 방사능 문제로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일본,
그래도 독도는 다른 문제란 듯이 자기네 땅이라 우겼던 3월.
일제고사 문제로 해직됐던 교사들이 당당히 학교로 되돌아갔던 3월.
내가 참여했던 교육공동체 벗의 창간호 <오늘의 교육>이 불티나게 팔리던 3월이 간다....갔다....
어제 아침에는 혜화동 흥사단 사무실에서 학생인권문제 관련 노래꾼 '백창우'의 특강이 있었다.
교육공동체 벗 김기언님의 부름으로 함께 청강을 하게 됐지만, 우리 모임 여름광주연수 강사이기도 하셔 인사차 강의장을 찾았다. 이른 10시면 백창우씨가 곤하게 잘 시간이어서 어떻게 강의를 하실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40년 묵은 내공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나 그동안 들었던 백창우의 어떤 강의보다 좋았다. 강의를 듣던 학부모, 일반인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모처럼 백창우씨가 연애인처럼 보였을 정도였으니. 강의 뒤 간단한 점심을 함께 하며 인사도 나누었다. 광주연수 뿐만 아니라 제주연수도 가능하면 해 달라 부탁도 드렸다. 이번 특강을 주도적으로 준비했던 어린이책 시민연대 분들과 인사도 나누었다.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반대투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할 수 있는 사업들을 만들어보자는 생각도 슬며시 건넸다. 서울학생인권조례 문제로 더디기만한 서명작업때문에 다들 걱정이 많으셨다. 아이들 인권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상식조차 문제삼을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에 다들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8만명 근처도 가지 못한 상황에 다들 절망이다. 씁쓸하게도 오늘 아침 뉴스에는 전면무상급식 반대서명에 14만명이 참여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이들 밥 한끼 먹이는 것도 정치권력이 개입하고 아이들 때리지 말고 교육해보자는 이야기에는 관심도 보이지 않는 어른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무슨 놈의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무엇에 희망을 걸어볼 것인지 갑자기 눈 앞이 깜깜해진다.
오후에는 3층 사무국식구들끼리 나들이를 나섰다. 정말 바쁘게 돌아갔던 3월. 사무국 식구들이 뒤늦게 환영회를 해주겠다는 날이 오늘이었다. 오후 3시가 넘어 나선 서울. 하늘은 모처럼 맑고 따뜻했다. 우리가 찾은 곳은 창경궁과 창덕궁후원(비원). 어릴 적 서울에 살 때 창경원이라 불리던 곳을 갔던 기억이 아른했다. 35년이 넘어서 다시 찾은 창경궁과 교과서에서만 보던 창덕궁후원을 둘러보는 기분은 이상 야릇했다. 뭐라 표현을 해야할까 잘 모르겠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새벽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던 일. 영도다리 근처에 묵을 집을 얻어 어렵게 삶을 이어갔던 돌아가신 아버지가 문득 떠오르기도 하고, 초등학교를 대여섯번 전학을 하면서도 밝게 뛰어놀았던 내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 또 다른 기억을 되살리는 내 모습이 조금은 낯설고 안쓰럽기도 했다. 스스로 안쓰럽다니 원~^^;
어김없이 또 4월이다. 왕규식선생님의 월례강좌도 준비해야 하고, 한림출판사 관계자도 만나야 하고, 안양과 파주에서 두 번의 강의가 있고, 아침독서신문도 찾아가야 한다. 일본 배움의 공동체에 대해 도움말씀을 해주신다는 요시모토샘 강의를 들을 계획이고, 아내가 다음 주 간단한(?) 수술을 해야 해 곁을 지켜야 한다.모임회지 마감도 독촉해야 하고 제주연수 점검을 하고 지역모임 두세 곳을 찾아가야 한다. 사무국식구들끼리 전주도 가야 하고 학교탐방 계획을 짜야 한다. 남한산초와 거산초를 한 번씩은 둘러보며 밑그림을 그릴 생각이다. 3월 잠시 뜸을 들였던 책읽기도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이러고 보니 벌써 4월 다 보낸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찾은 나를 찾아준 선생님들과 사람들 때문에 힘을 낸다. 4월도 부지런히 기쁘게 일하려 한다.
이 글을 봐 주신 우리 모임선생님들도 4월 아이들과 부지런히 아이들과 지내시고 기뻐하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학교현장이 갈수록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아이들때문에 버텨낼 수 밖에 없는 게 우리 교사라는 팔자 아니겠는가? 모든 게 업이지만, 그 업이 내 삶이고 행복일 수 밖에 없는 걸 우리들은 잘 알고 있지 않는가. 갑자기 떠오른 말로 3월을 마무리 하는 이 글 정리해 본다.
"여기가 로두스다. 여기서 뛰어라!"
'갈돕이야기 만들기 > 전초국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1초등상반기월례강좌] 왕규식선생님의 이야기 수학! (0) | 2011.04.09 |
---|---|
[사무국통신12] 뜻이 있으면 얼마든지...... (0) | 2011.04.07 |
[사무국통신 10] 광주모임 '해든마루'를 찾아 (0) | 2011.03.28 |
[사무국통신8]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회지 봄호 발간! (0) | 2011.03.23 |
[사무국 통신2]19년만에 처음 학교 가지 않은 날 (0) | 2011.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