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돕이야기 만들기/전초국모통신^.^

[사무국통신12] 뜻이 있으면 얼마든지......

갈돕선생 2011. 4. 7. 15:30

 

 

어제 사무국식구(정영현 중등사무국장, 강훈차장)들은 마음 가볍게 김병호샘을 만나러 안양행 길을 나섰다. 2년 동안 사무국 전임으로 나서 힘겹게 일을 마치고 현장으로 돌아가신 선생님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고마움의 마음을 전하고자 나선 길이었다. 떡을 가득 들고 들어선 신안초등학교는 조금은 오래된 학교로 보였지만, 뒤편으로 산을 끼고 있어 아이들과 할 것이 많은 학교로 보였다.

 

사진으로 담지 못했지만, 김병호선생님의 얼굴은 뜻밖(?)으로 밝았다. 역시 교사는 아이들 곁에서 살아야 제 모습을 찾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힘들었던 전임시절의 얼굴은 저만치 사라지고 고만고만한 4학년들과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보여 찾아간 사무국 식구들도 마음이 참 가벼워졌다. 김병호샘이 있는 학교는 특별지정학교로 지정돼 학교 보안관들이 배치돼 있었고 학년별로 보조교사가 배치돼 업무와 수업을 돕고 있다고 한다.

 

착한 아이들과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됐다며 해맑게 웃는 김병호선생님을 뒤로 하고 다음에 다시 찾겠다는 인삿말을 건네며 학교를 나섰다. 짧은 시간이지만, 안양행을 감행(?)했던 우리들은 돌아서는 길 내내 찾아오길 잘 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간단한 점심을 안양역 앞에서 하고 나는 강의가 있어 샘모루초등학교로 향했고 나머지 사무국식구들은 혜화동으로 되돌아갔다.

 

 

 

안양 샘모루초등학교에는 내가 존경하는 임덕연선생님의 부인이신 임명숙선생님이 계신 곳이다. 임명숙선생님의 초대로 학급운영 강의를 가게 됐다. 이웃학교 선생님들까지 약 100명 선생님이 오셔 조금은 부담이 됐지만, 강의를 즐기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그리고 나름 재미있게 내용을 풀어냈다. 지나치게(?) 진지해 보여 순간 순간 신경이 쓰였지만, 피곤한 오후시간 마음을 다해 들어주시는 선생님들 덕에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다. 다만, 일방적으로 내달리기만 한 것 같아 조금은 쉽게 지친 강의가 아니었나 싶었다. 그래도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사무국장인 처지라 우리 모임 매체 안내를 빠뜨릴 수 없었다. 우리 모임에 좀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왜 나를 미워해

 

두 시간의 강의를 마치고 서둘러 다시 광화문 에듀니티로 나섰다. 에듀니티라는 공간에서 교육공동체 벗 주관으로 요시모토 유키오라는 분의 이야기를 들으려 일찌감치 신청해 놓은 상태였다. 요시모토 유키오라는 분은 한일교사교류 뿐만 아니라, 오래 전 <왜 나를 미워해>(보리)라는 동화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분이셨다. 다른 일로 한국을 방문하시는 와중에 일본의 배움의 공동체에 대한 도움 말씀을 주시려 잠깐 우리를 만나러 오신 것이다. 처음 뵙는 그분의 풍모는 흡사 성공회대의 한홍구 교수와 같았다. 반면,강의 곳곳에서 보이는 그분의 모습은 마음씨 좋은 초등교사 모습 그대로였다. 때때로 진지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는 운동가의 기질을 드러내며 자신이 왜 이 자리에 왔는지를 분명히 했다.

  

 

돌아보건대, 그분은 사토마나부의 '배움의 공동체'를 이야기를 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가르침의 시대가 아닌 배움의 시대로 바뀐 일본의 교육역사와 이 시대가 왜 아이들에게 배움을 돌려주어야 하는지 그 당위성을 역설한 자리였다. 재미있는 공부가 왜 아이들에게 필요한지, 일본의 시대적 흐름에서 등장한 '배움의 공동체'가 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피력한 자리였다. 그래서 '배움의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려 온 분들에게는 뭔가 심심하고 딴 이야기만 듣는 자리라 여겼을 법 했다. 하지만, 간단한 뒤풀이 자리에서 통역을 맡아주신 최종순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다시 정리한 강의내용은 사토마나부식 '배움의 공동체'라는 브랜드가 아닌 진짜 배움의 공동체를 생각해 봐야 하는 자리였다는데 의견을 모으게 됐다.

 

 

또 다시 유행처럼 번져 나가는 배움의 공동체를 어떤 시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우리 자신들의 모습부터 되돌아 보지 않으면 우리들은 영원히 우리들의 교육적인 언어도 상상력도 갖지 못한채 남이 만든 틀에 우리 몸을 끼워 살아가야 하는 신세가 될 지도 모른다. 배움의 시대에 배움의 공동체는 우리 사회, 우리가 발을 내 딛고 있는 자리 곳곳에 살아 움직이고 있다. 움직임과 내용을 냉정히 성찰하여 일본 브랜드식 배움의 공동체가 아니라 우리만의 배움의 공동체를 만드는데 조금씩 천천히 우리들의 힘을 모아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갈수록 지극히 개인적인 사고로 멀어져만 가는 일본 젊은이들 속에서 고군부투하는 요시모토 유키오와 같은 분들에게 우리 한국의 젊은 교사들이 배워야 할 것이 단순히 일본어와 일본교육문화만이 아닌 것을 몸으로 보여준 요시모토 유키오선생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다. 어제 통역하시느라 고생하셨던 최종순선생님이 얼마전 교육공동체 벗에 번역을 해주셨던 일본 누노세 학교 이야기가 잘 하면 판권을 얻어 책으로 펴낼 수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최종순선생님의 이야기를 덧붙여 펴낼 수 있을 것 같다니 또 좋은 소식이다.

 

하~ 어제는 정말 힘겨웠지만, 뜻 깊은 하루였다. 이런 정도면 서울서 살만하다. 뜻이 있으면 정신과 몸은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