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그 아련한 추억들/읽은 책 들려주기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1권

갈돕선생 2013. 3. 24. 22:07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의 감동을 새롭게 이어가고 싶어 찾은 민음사의 '레 미제라블'. 2500여쪽 5권으로 정기수라는 역자에 의해 완성된 민음사의 레 미제라블을 만난지 두 달만에 겨우 첫 권을 읽어낼 수 있었다. 첫 권을 그것도 소설을 두 달에 걸쳐 읽는다는 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사실 지난 1, 2월 동안 학년을 마무리 하느라, 몸이 아파 책을 가까이 할 수 없었던 물리적 상황도 있었다. 하지만 더 큰 까닭은 프랑스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일어나는 특유의 자연스럽지 못한 번역과 이야기 곳곳에서 드러나는 유럽과 프랑스의 역사에 대한 무지가 읽는 속도를 참으로 더디게 만들었다.

 

특히, 첫 장에 등장하는 미리엘 주교에 대한 지나치리만큼 섬세한 묘사가 가독력을 떨어 뜨렸다. 물론 덕분에 '레 미제라블'에 등장하는 신부가 곧 미리엘 주교였다는 점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아울러 그가 장발장에게 은촛대를 아무 조건 없이 주며 도움을 주었던 까닭이 그만큼 그의 고귀한 성품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미리엘 주교 곁에 있는 여인 둘도 어떤 사람들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고 장발장이 어떤 잘못을 저질러 감옥에 가게 됐는지도 이 첫 권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 이후의 죄까지.

 

무엇보다 팡틴의 출신과 성장과정, 그의 죽음에 이르기까지를 자세히 읽어 낼 수 있어 좋았다. 글이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장발장이 '마들렌'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몽트뢰유쉬르메르 시의 시장이 되는 과정과 그가 미리엘 신부로부터 얻은 깨달음을 온 몸으로 실천했던 지난한 과정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1권의 종반부로 다가가면서 매우 흥미로웠던 건 팡틴이 죽음으로 가기까지 너무도 처참한 외모를 글로 읽어내며 끔찍한 상상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다음으로는 장발장이 자신의 죄를 뒤집어 써 재판을 받게 된 상황을 자베르에게 듣고 재판이 열리는 곳으로 가서 자신이 장발장임을 말하러 가는 장면이었다. 영화나 뮤지컬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자신이 곧 장발장임을 밝히러 가기 전과 가는 과정에서 인간적인 갈등과 번민을 수없이 겪는 모습에서 큰 공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팡틴의 죽음과 함께 그가 공동묘혈에 묻히는 이야기를 끝으로 1권을 끝을 맺는다. 지루하기까지 했던 1부 첫 부분과 달리 2권을 기대하게 하는 빅토르 위고의 두 번째 주인공은 코제트다. 끝으로 첫 권의 가치를 높이고 감동을 높였던 짧고 긴 여운을 남긴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의 서문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 글을 서평의 끝을 맺어 볼까 한다.

 

법률과 풍습에 의해 인위적으로 문명의 한복판에 지옥을 만들고 인간적 숙명으로 신성한 운명을 복잡하게 만드는 영원한 사회적 형벌이 존재하는 한, 무산계급에 이한 남성의 추락, 기아에 의한 여성의 타락, 암흑에 의한 어린이의 위축, 이 시대의 이 세 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어떤 계급에 사회적 질식이 가능한 한, 다시 말하자면, 그리고 더욱 넓은 견지에서 말하자면, 지상에 무지와 빈곤이 존재하는 한, 이 책 같은 종류의 책들도 무익하지 않으리라.

 

1862년 1월 1일

오트빌 하우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