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 출신의 교육인류학 학자가 '공동체'를 이야기 한다고 해서 제목만 보고는 무슨 내용일지 사뭇 궁금했다. '산들초등학교'라 이름을 바꾼 공립학교. 폐교의 위기에서 학부모들과 뜻을 함께 한 교사들이 함께 일군 학교. 이 책은 그 학교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공립학교 중에서도 가장 크고 오랫동안 언론의 주목을 받는 학교로 성장(?)하기까지 그곳에 함께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서근원이라는 교육인류학 학자가 연구자로서 3년 동안 참여관찰하고 기록한 박사논문을 다시 돌아보며 정리한 단행본이다.
서근원을 알고 이 학교를 직간접적으로 아는 이들은 이 '산들초등학교'가 남한산초등학교인 것을 잘 안다. 나는 이 책을 만나기 전부터 남한산의 핵심 구성원으로부터 교사의 처지에서 드러내는 남한산의 성과와 치부를 나름 자세히 들었던 터라 서근원 교수의 글이 새삼 큰 충격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다만, 일부 교사의 말과 글만이 아닌 다른 교사와 학부모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고 그들로부터 남한산초등학교의 힘든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읽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서근원 교수의 노력이 더욱 돋보인 책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작은 공동체, 어설픈 공동체를 꾸려가는 작은 마을에 사는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그동안 공동체라는 말을 너무도 쉽게 써 왔고 내 기준에 의해 공동체는 이런 것이라는 틀로 내 이웃들을 재단하고 판단하려 했던 나를 성찰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공동체에 관한 그 어떤 책과 비교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특히 서근원의 지도교수였던 서울대학교 교육인류학 교수인 조용환의 말을 빌어 공동체가 그저 시공간을 함께 공유하며 살아가는 집단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개인들이 서로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함께 하고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나가는 교육적 삶 이 교육공동체라는 정리로 이어질 때는 무척이나 공감이 갔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나만의 눈으로 상대방을 규정지을 때, 과연 우리는 우리가 바라는 공동체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결국, 공동체란 같은 생각을 가지고 모임 사람들의 집단이 아니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여 맞춰 살아가며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며 성장하는 교육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 즉 교육공동체임을 나는 한 공립학교의 성장기를 보면서 절실히 깨달았다. 성공적인 공동체가 아닌 실패와 좌절, 고통과 투쟁이 곳곳에 산재했던 한 교육공동체를 연구했던 한 연구자가 교육인류학자로서 성장해 나가는 자신의 모습을 글로 보여주는 서근원 교수에게 참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던 이 책의 가치를 나는 누구보다 높게 평가하고 싶다. 공동체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있고 누가 혼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 함께 배우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해 준 이 책을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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