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의 글쓰기 삶쓰기/2014년 교사일기

아이들 작가를 만나다!

갈돕선생 2014. 5. 30. 11:21

올해 국어수업을 준비하면서 새롭게 기획해 본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작가를 만나게 해 주는 것. 우리는 아직도 국어수업을 생각하거나 독서교육을 생각하면서 단차시 40분 수업만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모든 교과가 그렇겠지만 국어수업을 잘게 쪼갠 학습목표 중심의 기능적인 접근으로는 질적인 변화를 꾀하기 힘들다. 칠판과 필기, 발표와 목표도달도라는 단원에 갇혀버린 무미 건조한 국어학습으로는 시험성적은 올릴 수 있을지언정 아이들의 언어능력향상을 돕기란 매우 어렵다. 남한산초등학교가 학교차원에서 삶, 말, 글이라는 언어능력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더불어 교실 속에서 온작품 읽기 수업을 하는 까닭이 그렇다. 그러나 일반 공립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렇다 보니 자꾸 칠판중심, 공책정리 중심의 수업이 주목을 받는다. 이래서는 표준화된 수업과 평가위주의 수업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따라서 기존의 수업에 저항하는 교사들의 다양한 시도와 실천은 여전히 필요하다.

 

나 또한 국어교과 단원을 학급살이와 아이들 삶의 리듬에 맞춰 섞거나 학습목표 중심이 아니라 갈래 중심으로 해 오던 흐름을 벗어날 필요를 느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작가와 아이들을 만나게 해 주는 일이었다. 분기별로 한 작가씩 준비를 해 보았다. <여우의 화원>과 <검은 후드티 소년>의 저자 이병승이 바로 첫 출발이었다. 3월초부터 학부모님들께 아이들 책 읽기를 위해 한 달에 책 한 권씩 살 수 있도록 권유와 안내를 해드렸던 걸 시작으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아이들이 한 작가의 책 두 권을 읽고 독서토론과 독후활동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5월 27일 작가 이병승을 초대한 것이다. 처음에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던 아이들도 막상 작가가 찾아올 날이 되자 설레하기도 하고 기대도 품고 과연 작가와 무슨 말을 나눌까 걱정하는 아이들도 늘었다. 늘 책을 읽었지만, 책을 쓴 동화를 쓴 작가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작가는 어떤 의미였을까?

 

하여간 설렘과 기대를 가득 안고 우리 반 아이들은 작가 이병승을 맞았다. 반갑게 들어선 이병승씨는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를 건냈고 아이들도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이어 자연스럽게 작가 본인의 소개와 보름 전에 작가에게 보낸 편지를 매개로 아이들에게 말을 걸었다. 꽤 수준 높은 내용의 편지를 써 준 아이들과 소박하고 담백한 글을 써 준 아이들에게 감사해 하며 <여우의 화원>의 제작 동기와 제작 과정을 이야기 해 주었다. 특히 책에도 등장하는 '용역놀이'에 대한 설명은 한진중공업의 노동자들의 자녀가 실제로 했던 놀이였다는 것. 그것을 계기로 <여우의 화원>이라는 동화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것. 비록 한진중공업이 아닌 쌍용자동차 이야기였지만, 사용자와 노동자가 해결하지 못하는 갈등을 우리 아이들이 언젠가를 풀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는 이야기를 아이들은 매우 진지하게 들었다.

 

다음으로 이어진 <검은 후드티 소년>. 실제로 미국에서 벌어진 흑인에 대한 백인의 차별적인 행위와 조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선과 악이라는 경계에 대해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조금은 어려워 조금씩 지루해 하는 아이들이 보였지만, 작가와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에 신기해 하는 아이들이 훨씬 많았다. 우리반 수연이는 작가를 만나는 이 과정을 통해 책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고 솔직히 고백하기도 했다. 책에 대한 이야기가 무르익을 무렵, 우리반 아이들과 이병승 작가의 기념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줄을 지어 사인을 받았다. 이 두 권의 좋은 책을 출판한 북멘토편집장 김혜선님도 함께 내려와 주셔 더욱 뜻 깊은 시간이었다. 내년에도 6학년을 하게 되면 또 초대를 하겠다는 약속을 드리며 그렇게 아이들과 나, 그리고 이병승작가는 아쉽게 인사를 나누었다.

 

이제 다음 작가는 초등교사 출신의 동화작가로 등단한 나와 절친한 교사 김선정작가다. <최기봉을 찾아라>와 <방학탐구생활>로 연거푸 큰 상을 거머쥔 그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다음 주면 책이 도착하니 아이들과 6, 7월을 또 다른 책으로 즐겁게 보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