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두 번이나 읽었는데도 왜 이렇게 새로울까.
올 초에 이 책을 구입하자 마자 한 번 읽고, 머리 속에 확 남지 않아 다시 읽어야지 하다 한 달 전에 다 읽어 냈는데, 막 그 때 감상글을 적었어야 했는데, 이제야 적으려니 적잖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혹자는 물을 것이다. 그 어려움을 생각하면서 굳이 감상글을 적으려는 까닭은 무엇인가라고. 음..... 이제껏 나는 나름대로 많은 책을 읽으면서 책을 그저 읽는 대상으로, 한편으로는 권수를 늘이는 재미에 빠졌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식의 책읽기가 책에 대한 따뜻한 느낌을 쉽게 지워버리거나 의미없는 작업으로 전락시켜 버렸던 아쉬움도 늘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이런 식의 감상글을 통해 내가 읽은 것을 하나하나 정리하자 읽었던 책 내용을 자연스럽게 정리하고 새롭게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책읽기와 글쓰기의 학습을 자연스럽게 연관지어 할 수 있었다. 이것은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감상문을 지도할 확실한 토대를 쌓는 길이 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교사가 책을 읽지 않고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얘기하고, 글을 쓰지 않고 일기 쓰기나 감상문 쓰기를 강조하는 일은 더 이상 적어도 나에게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돼 가고 있다. 음..... 유시민의 책을 소개하려나 잡담이 너무 길어졌다. 다시 책얘기로 돌아가자.
유시민! 그는 우리에게 너무 친숙하게 알려진 이름이다. 80년대말, 우리에게 '거꾸로 읽는 세계사'라는 책으로 우리의 역사의식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던 인물. 그가 독일로 유학을 가고 잠시 우리 곁에서 그의 존재를 잊고 있던 차에 그는 방송을 통해 얼굴을 내밀었고, 이어 '경제학 카페'라는 책을 통해 다시 우리들 곁으로 다가섰다.
음....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권하고 싶은 책이다. 우선 우리 주변에서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전해지는 경제관련 소식을 그저 가볍게 듣거나 몰라도 아는 척 하던 내용들을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은유적으로, 나아가서는 너무 무겁지 않게 학문적 근거를 통해 시사적인 사례를 재미있게 서술해 간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읽으면서 그 옛날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문득 문득 떠 올렸을 정도로 그는 명쾌하고 논리적이며 유머가 있었다. 그의 말대로 책속의 '카페'였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그 옛날 80년대 운동권이면 반드시 읽어야 했다던 '정치경제학 원론1,2'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즉 이 책은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비판에서 벗어나 구체적으로 경제학의 의미, 시장경제와 계획경제의 구분, 사회보험, 마약, 매춘 포르노의 경제학을 통해 인간과 시장의 개념을 얘기하고, GNP의 허실과 이자란 무엇인가, 저축과 독점, 의료서비스 문제, 국가채무와 조세 정의, 지역주의 정치경제를 통해 시장과 국가의 개념을 얘기하고, 자유무역의 역사와 환율, 달러와 국제 금융 얘기를 통해 시장과 세계화를 얘기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간간히 그의 정치관과 경제관, 사회관을 엿볼 수 있는데, 그가 노무현의 지지자로 현실참여를 택한 것과 무관하지 않는 관점들을 발견하게 되는 기회를 가졌다는 점에서도 나름의 재미를 느꼈다. 나아가서 자본주의 경제학의 거두들을 흥미롭게 기술하여 책 읽는 재미를 높였는데, 나중에는 토드 부크홀츠가 지은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라는 책에서 발췌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서적이 지금도 많은 경제학도들에게 읽히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어 며칠 전 이 책을 주문해 놓기도 했다.
한가지 이 책을 읽어볼 이에게 전할 말은 경제학 카페라는 부담없는 제목을 달았음에도 경제학이 갖는 난해함과 현실적 괴리감, 학문적 근거를 제시하려는 저자의 노력(?)으로 가독성이 다소 떨어져 때로는 공부하듯이 줄을 쳐가며 읽어야 하니 기본적인 마음의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대학교재와 같은 성격은 아니니 그렇게 무거운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끝으로 유시민이 이 책의 처음에 얘기했던 문구를 하나 소개하고 마치려 한다. 이 문구는 결국은 이 책을 통해 그가 결국 얘기하려 했던 경제학 에 대한 평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에 대한 구체적이며 논리적인 설명은 나보다는 그의 글에서 찾기를 바란다. 글을 보면 알겠는데, 책만 덮으면 까먹으니 나도 나이가 먹어가는가 보다. 그의 결론!!!
'경제학은 사람을 조금도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
===================================== 『세상을 변화시키는 인터넷①』 (≫≪) 미군 희생 여중생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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