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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황석영의 '삼국지'를 읽고......

갈돕선생 2005. 12. 29. 22:50

언젠가 삼국지를 꼭 읽고 싶었다. 왜냐구? 남이 많이 읽어 보았다니까. 솔직히 그렇다.

남들이 많이 읽어 보았다는데, 우리들에게서 회자되는 용어 중에 삼국지에서 비롯되는 것이 많다 하기에, 어느새 우리에게 삼국지는 필독서가 되버린 것 같다.

그런데, 마땅히 읽을만한 삼국지가 없었다. 이문열이 것은 절대 돈 주고 읽기 싫었다. 언제 괜찮은 이에게서 괜찮은 삼국지가 나오겠지 하고 생각하던 중 마침 황석영씨가 삼국지를 내지 않았는가. 더구나 미리 예약을 하면 더 할인 해 주겠다기에 예약하고 광마우스도 받고 책도 읽어 보게 되었다.

그런데, 어찌나 재미가 없는지. 이문열이가 대만판을 원판으로 삼아 편역을 했던 것에 반해 삼국지의 원저자로 알려진 나관중의 삼국지를 정역한 황석영씨의 글을 읽어보면서 원래 삼국지가 이렇게 재미가 없는 것이었는지, 아님 정역을 하다 보니 재미가 없어졌는지 잘 모르겠지만, 참 재미가 없었다. 특히,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그리고 내가 좋아했던 조자룡이 죽으니 재미가 더욱 없었다. 그들이 없는 9권, 10권은 거의 읽는 둥 마는 둥 한 것 같다.

하여튼, 삼국지를 읽으면서 쉽게 살상을 저지르는 주인공들의 이해하지 못할 잔학함과 그들에게서 무참히 화살받이 창받이가 되어야 했던 대다수 민중들의 삶의 부재가 너무나 뚜렷이 대비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는 영웅들의 이야기였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 그래서 생각했다. 그래 이건 새파랗게 젊었을 때 읽어야 할 책이 맞아. 막강한 권력과 병권을 행사하며 서로의 적들을 향해 진군해 나가는 모습, 갖가지 병기와 병법을 통해 적을 섬멸시켜 나가는 모습, 의와 예를 중시하며 군주에 충성을 다하는 인물들 속에서 청소년들은 대단한 상상력을 가져내지 않을까 싶다. 아마 어렸을 때 읽었으면 재미있었을 것 같은 생각은 든다. 하지만, 갖은 변덕과 온갖 술수와 연환계와 같은 비열한 작전을 통해 오로지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고자 했던 삼국의 인물들을 보며 현대인들이 처세술과 삶의 지혜를 얻는다고 하니 씁쓸할 뿐이다.

지난 여름 방학때 황석영씨의 삼국지 출판은 여름을 온통 삼국지 열풍으로 이끌고 나갔다. 이문열씨를 의식하며 내 놓았다는 그의 삼국지는 방송국에까지 나갔고, 그 대담 프로그램에서 언뜻 이번의 작업이 노후대책임을 솔직하게 말하기도 했었다. 그런 그의 삼국지를 두고 항간에 들리는 말이 많다. 즉, 황석영 특유의 문체가 잘 드러나지 않았고, '장길산'에서 비춰졌던 계급적 의식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으며, 그림과 시조가 들어갔다는 것 외에는 차별적이지 않다고 혹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름대로 소득은 있어서 평상시 회자되고 있는 용어의 바탕이 어디 있었는지, 그러한 뜻이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것인지도 알게 되었고, 중국의 역사를 잠시 소설로 나마 공부할 기회가 되어 다른 중국 고전들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삼국지는 흔히들 일생에 두 번은 읽는다고 하는데, 다음에 언제 다시 읽을 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내 아이가 읽을 때 같이 부분부분 함께 읽으며 얘기를 나눌 정도일지도 모르겠다.

출처 : 부산교대 맥
글쓴이 : 박진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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