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금은 피곤했다. 아니 피곤했다기 보다 잡생각이 많이 떠 올랐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없어 그저 밋밋한 수업이 되고 말았다. 이런 때도 있겠지 하고
우리 아이들이 이해해주길 바랐다. 수업시간도 즐거운 생활시간이어서 운동장에서 즐겁게 두 시간을
보내고 왔다. 줄넘기 하는 시간인데 조금은 자유롭게 풀어 주었다.
한 시간은 줄넘기 기능을 익히는데 시간을 보내고 나머지 한 시간은 줄넘기 릴레이도 하면서 보냈는데,
한 20분 정도는 자유시간을 주었다. 자유시간이라기 보다는 그냥 내버려 두었다는 표현이 적당할 듯.
나도 잠시 잡생각에 빠져 바람부는 그늘에서 머리를 식히고 있는데,
연신 달려와서 내 손을 잡고 뭐 하는지 보라는 아이들 통에 정말 잠시 밖에 잡생각에 빠져 있었다.
고은이, 예인이, 성은이, 민규, 현준이, 한국이, 서연이, 또 누구더라 하여간 날 가만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도 잠시 아이들 밖으로 나와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나 지켜 보았다.
줄을 가지고 나왔으니 당연히 줄이 좋은 놀잇감이 돼 주었다. 그러다 지루해졌는지, 놀이터에서 놀이기구를 타고 노는 아이, 씨름장 모래로 굴 뚫기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 긴줄넘기를 하는 아이들이 보였다.
제각각 무엇을 하며 놀지 생각하고 끊임없이 놀 것들을 찾아가는 아이들을 보며 누가 우리 아이들을
자발성이 부족한 아이라고 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방해만 하지 않고 환경만 제대로
갖춰 준다면 우리 아이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능력들을 맘껏 펴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잠시 동안 아이들이 보여준 놀이풍경이 참으로 아름답게 보였다. 사진기를 들고 나오지 않은 게
아쉬웠다. 이렇게 몸으로 부대끼며 함께 놀면 더 이상 컴퓨터 앞에서 게임만 하지는 않을 거다.
오늘도 한 어머님과 상담을 했다. 오늘은 거의 한 시간 반 가까이 했다. 무척이나 편안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니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끝날 것 같으면서도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나도
또 한 아이의 다른 면을 알 수 있었고 어머니도 아이들 대하는 새로운 마음을 다지기도 하셨다.
오늘 어머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내가 이 어방학구에서 꽤나 알려져 있는 교사라는 걸 처음
알았다. 그저 풍문으로 지나가는 이야기로 듣기는 했지만, 오늘 들은 얘기는 생각보다 넓게 퍼져 있었다.
좋은 선생님으로 소문이 나 있다니 한편 좋기도 했지만, 누가 나를 지켜보고 있고 아이들 입을 타고
부모님들의 입을 타고 전해지는 이야기 속에 내가 다르게 또 전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순간 긴장도 됐다. 지켜보는 눈이 있다는 것은 사람을 부담스럽게 한다. 이 어방초등학교에 5년째 살고
있지만, 남 눈을 의식해야한다는 생각이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저러나 그래도
내 방식대로 아이들을 만나고 부모님을 만날 터이니 그런 긴장도 오래가지는 않겠지만, 좀 더 긴장하고
게으름을 피우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오늘 서연이가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음악시디 한 장을 들고와 건냈다. 어제 받겠냐 해서 그러고마
했는데, 오늘 가져온 것이다. 최신 가요들이 많았는데, 듣기 편했다. 덕분에 오늘 오후시간 편안했다.
아이들이 좋다. 아이들도 내가 좋단다. 그래서 나도 좋다.
'2006-12교사일기 > 2008년 교사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림자극 수업 (0) | 2008.05.28 |
---|---|
아이들 싸움도 칼로 물 베기 (0) | 2008.05.23 |
좀 더 세심하고 부지런해져야..... (0) | 2008.05.19 |
공개수업 날 이야기 (0) | 2008.05.18 |
스승의 날 편지 (0) | 2008.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