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1학기 말하기 듣기 다섯째 마당은 시와 이야기를 읽고 떠오르는 것을 말하는 공부다.
올 해 시를 가지고 따고 공부한 적은 없었다. 아직 서사글도 쓰기 힘들어 하는 아이들에게
짧은 시로 자기 감정을 드러내는 시를 쓰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하긴 아이들 글들이 이따금
시 같기도 해서 따로 시를 가르칠 필요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지만......
요즘 책읽기, 또는 읽기 관련 전략들을 틈나는 대로 훑어보고 있다. 대안교과서 때문이기도 하고 정작
읽기 전략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생각때문이다. 내용도 중요하고 방법도 중요하다. 한 때는
내용없는 기능을 비판하기도 했는데, 정작 내용을 생각하다 이따금 한계를 느꼇다.
무엇이든 어떻게는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 이론서에 있는 여러 읽기 전략들을 즐겨 살펴보며 아이들에게 써먹을 요량으로
이런 저런 준비를 하고 있다. 실제로 해보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2학기때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텍스트와 전략(둘 다 마음에 드는 용어는 아니지만)의 정점은 이들을 통해 내 삶, 즉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더불어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는데 있지 않나 싶다.
'문학이 가진 힘'들을 이야기들 하지만 이야기 속에서 나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내 이야기를 할 수
없다면 문학이 있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텍스트를 그냥 대상화시켜 가지고 노는 것만이 아닌
내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전략은 빼놓을 수 없는 읽기 방법일 것이다.
오늘 우리 아이들과 그 수업을 했다. '잠자리'라는 교과서 시로 떠오르는 것을 이야기 하는 시간인데,
다분히 교과서적(?) 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자니 시작부터 한계가 보였다. 교과서의 질문들도
시를 듣고, 아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잠자리 날아다니는 모습은 어떤지를 묻는 다분히
기계적인 것이었다. 다 접고 잠자리를 직접 보고 잡아본 경험이나 잠자리 말고 다른 곤충들에 대한
경험들을 말해 보게 했다. 짐작대로 이야기들이 폭넓게 나왔다.
"내가요 외할머니 집에 갔는데요. 나랑 외할머니랑 밭에 갔거든요. 거기엔 곤충들이 많았어요.
잠자리도 있고 파리 모기도 많았는데 파리 모기는 관심이 없고 잠자리를 잡으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잠자리를 잡을려 하는데 잠자리가 모기를 잡아먹고 있던 거예요. 그래서 그 틈에 잠자리를
잡았어요. 신이 나가지고 내가 만세를 불렀는데, 그만 잠자리가 도망쳤어요. 그래서 외할머니가
나를 보고 웃으셨어요."(김하늘)
"나는요. 공원에 가서 잠자리 채로 사마귀를 잡았거든요. 그래서 엄마한테 자랑도 했는데 집에 가져왔어요. 사마귀도 가지고 왔어요. 집에 와서 씻고 자는데 엄마가 이불을 덮어주러 왔거든요. 그런데 곤충채집통에 넣었던 사마귀가 없는 거에요. 나중에 엄마가 불을 끄려고 스위치를 누릴라 하는데 거기 사마귀가 있어가지고 엄마가 놀래서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찧었어요."(이하늘)
이어서 교과서 밖 시로 떠오르는 생각이나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이번주 27일이 시험이라 한창 공부 중이라 '시험'에 관련된 시를 들려주었다. 예전에 내 반에 있었던 아이가 쓴 시가 <쉬는 시간 언제 오냐>에 실려 있어 그것을 들려주었다.
"으이구-" | 박혜경(어방초등 6학년)
시험 끝난 지 나흘.
하지만 우리 엄마
아직도 시험으로 트집을 잡는다.
밥을 먹을 때도
"으이구-, 우짜면 좋나?"
일기를 쓸 때도
"으이구- 으이구-"
지금은
"으이구-" 소리가
귀에 박혔다.
앞에서 시간을 너무 끌다보니 마칠 시간이 다 되어 골고루 발표를 시킬 수 없을 것 같아
시공책에 시를 적고 간단한 느낌,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보게 했다. 짧게 쓴 것이 꼭 시같다.
시를 공부하며 자기 삶을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
그 얘기를 누가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텍스트의 몫은 다 한 것이 아닐까.
좋은 텍스트로 아이들과 삶을 나누고 이야기 하는 국어수업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한다.
"나는 기말고사 때문에 공부를 하고 있다. 엄마가 나 시험 꼭 100점 받아야 한다고 한다.
밥을 먹을 때도 100점 받아. 문제짐을 풀 때도 100점 받아. 그때마다 나는 '네'라고 한다.
근데 엄마가 '네' 하고 대답만 하지 말라고 한다.
100점 못 받을 땐 닌텐도 DS 안 사준다고 했다."(홍수진)
"오늘이 23일다. 4일만 있으면 시험이라고 공부방에서 공부 좀 열심히 해라고 한다.
민지 좀 본 받으라고 한다. 매일 이 소리다. 참 괴롭다. 난 정말 공부방에서 열심히
해야겠다. 그래야 그런 소리를 평생 안 들을 것이다."(배태훈)
"내가 1학년 때 수학시험을 쳤다. 그런데 내가 수학 시험 50점 맞는다고 엄마는
으이구 이녀석아 라고 한다. 그리고 내가 엄마 옆에 있으면 으이구 이 녀석아 또 한다.
이 녀석아라고 부르게 만든 웬수 같은 수학시험."(이준승)
"오늘은 23일. 4일만 있으면 시험. 엄마는 시험공부 신경 안 쓰는데 서예학원 선생님이
시공공부를 신경 쓴다. 선생님은 왜 자꾸 총정리 사오라는지 정말 기분 나쁘다."(백수민)
"1학년때 시험을 60점이나 맞았다. 근데 60점 맞았으면 다읍부터 잘 해라 하면 되지.
말로 하면 되지. 왜 으이구 라는 소리가 엄마 입에 붙었을까? 제발 내 귀에 으이구 하는
소리가 안 박혔으면 좋겠다."(최고은)
"나도 우리 외할머니한테 트집을 잡힐때가 있다. 바로 작년에 중간고사 때 있었던 일이다.
시험이 끝난지 이틀이 지났을 때다. 난 국어 96점, 수학 92점이었다. 그때 외할머니가
가씨나야 잘할 수 있으면서 으이구 이가씨나야 했다. 그래서 나두 가씨나라는 소리가
귀에 박혔다."(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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