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거 맛있어요."
내 앞에서 점심을 먹던 재원이가 한 마디 한다. 어머님 말씀에 의하면 재원이는 집에서는 잘 먹는데,
학교에서 주는 급식에는 관심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늘 재원이는 점심을 후다닥 먹는 모양이다.
그러던 재원이가 오늘은 맛있다는 게 있다며 나를 보는 게 아닌가. 살이 쪄서 많이 먹이면 곤란한
아이였지만, 내 자식이나 마찬가지인 녀석이 맛있다는 게 있다는데 안 줄 수가 없었다.
"선생님이 그거 더 갖다줄까?"
그러니, 의외로 "네' 한다. 재원이가 말한 음식은 삼계탕이었다. 갖다준 삼계탕을 잘 먹던 재원이.
나도 흐뭇했다.
또 한 녀석. 내 앞에서 밥을 먹던 준승이. 거의 밥을 다 먹고 난 뒤, 눈을 깜빡 거리며 원통하다는 듯,
"선생님, 이 토마토 내가.... 내가 처음에는 한 개 받았는데.... 내가 갈려고 하니까 아줌마가
또 하나 더 주는 거예요. 하~ 참!"
"왜, 토마토 몸에 좋은 건데, 토마토 싫어하는 구나."
"네, 아~ 토마토 싫은데."
우습지 않는가. 귀엽지 않은가. 토마토 하나에 울분을 참지 못하는 승준이가 무척 귀여웠다.
오늘은 아이들과 종이로 만든 헬리콥터와 물총만들기로 두 시간을 즐겼던 하루였다.
간단한 장난감 하나 만들었는데 아이들은 쉬지도 않고 가지고 놀았다. 물총싸움 할 때는
너나할 것 없이 몸에다 물을 뿌리는 통에 정신이 없었지만, 아이들은 무척 신나했다.
옷이 많이 젖은 아이들이 걱정은 됐다. 점심시간 밥 먹으러 가는데, 재륜이 녀석이 울고있었다.
왜 그러냐니까 옷이 많이 젖어 추워서 운단다. 따뜻한 국물 먹으면 괜찮다고 위로해 주었는데,
막상 받은 삼계탕 국물이 적어 많이 떠다 주었다. 감기 걸리지 않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아픈 녀석들이 많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간다. 오늘 전국적으로 큰 집회가
있는 날인데, 우리 아이들 못지 않게 많은 사람들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꾼 잘 못 뽑아놓으니 이래 저래 국민은 힘들고 탈도 많다. 요즘은 아이들 보는 맛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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