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교사일기/2008년 교사일기

불안과 초조, 부족함이 가득했던 슬기로운 생활 수업!

갈돕선생 2008. 9. 5. 23:30

오늘 수업 중 슬기로운 생활 때문에 진땀을 빼야 했다. 마을 지도를 그려나가는 단원인데, 아이들에게 숙제를 내주어도 제대로 해낼지 의문이었던 터라 직접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주변을 가는 게 낳을 듯 싶었다. 이왕이면 모둠별로 나눠 협동해서 학교주변을 돌아보고 간단한 지도를 그려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에게 지도를 했다.

 

나름대로는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고 했지만,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수업은 아이들을 혼란스럽고 힘들게만 한 것 같아 미안했다. 더 큰 문제는 모둠별로 학교 앞을 나서 사방을 돌아다니며 건물들과 시설물들을 보며 간단한 지도를 그리게 하는 과정이었다. 학교 앞 도로는 수 많은 차량이 쌩쌩 달리는 곳이었고 골목마다 차량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게 다반사라 아이들을 모둠별로 흩어 놓는 일부터 큰 걱정이었다. 해야할까 말아야 할까 갈등이 많았다.

 

하지만, 아이들을 믿고 맡겨보자는 생각에 더 미쳤다. 사고의 위험만 생각하면 이런 수업은 절대 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제로 내주면 부모님들의 숙제가 될 것 같고 절반 이상의 아이들은 학원이다 뭐다 해서 제대로 해오지도 못할 것 같았다. 불현듯 2학년 교과서에 이런 내용을 실은 집필자들이 원망스러웠다. 마을지도라고 하지만 복잡한 도시생활을 하는 아이들에게 마을이라는 개념조차 다가서지 못하는데다 워낙 복잡한 구석이 많아 아이들에게 교과서처럼 지도의 개념을 익히게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건 그런 교육과정이라 하더라도 교사인 내가 소화시켜 내 치밀하게 준비했어야 했다는 점에서는 나 또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간단한 도로를 그리며 지도를 그리는 방법에 낯설고 힘들어서 해서 아이들이 관찰하는 도중에 여러 번 다시 지도를 해야 했다. 2학년의 특징을 새롭게 알게 됐다. 공간 지각 능력도 생각보다 떨어지고 구조화 시키는 능력도 훈련이 필요했다. 4학년 대하듯 수업을 이어갔던 나에게 문제가 많았다. 하여간 혹시 모를 사고 걱정 때문에 한 시간 내내 불안과 초조함으로 아이들을 뒤쫓으며 지도를 했던 내 모습을 돌이켜 보면 한 편 우습기도 하다. 교실로 들어와 다시 지도를 그리는 방법을 가르쳤다. 도로를 그리고 확인한 건물의 위치를 표시하는 방법을 연습시켰다. 그제야 조금 나아졌다. 다음 주 슬기로운 생활시간에 다시 그려보자 했다. 이런 몹쓸 선생 같으니라구.

 

개학을 한지 얼마 안 돼, 운동회연습까지 해대는 통에 아이들 삶의 리듬, 특히 학교생활리듬이 제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좀 더 집중하고 조절해 9월, 아이들의 리듬을 잘 이어줘야 할 것 같다. 하~ 오늘 아이들은 나름 신이 나서 돌아다니고 힘들어 하기도 했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 마음은 얼마나 불안했는지 아이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