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기예보대로 정말 아침 일찍부터 반가운 비가 내렸다. 정말 반가운 비. 남부지방은 두 달 가까이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에 허덕이며 농민들의 마음들을 타들어 가게 했는데, 정말 정말 반가운 비가 왔다. 아침부터 내리는 비에 아이들도 반가워하긴 마찬가지였다.
늘 비가 오면 바깥에서 놀지 못한다고 비를 좋아하지 않았던 아이들이 오늘 비는 기꺼이 용서를 해준다. 마침 넷째 시간에 즐거운 생활이 들었는데, 교과서 덮고 바깥으로 나가자고 제안을 하니 우리 아이들, 두 말 없이 교실 밖을 달려 나간다.
운동장 옆 쉼터에서 이야기 하나 들려주고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 놀라 했더니 우산 제쳐 두고 달리는 녀석, 우산 들고 달리는 녀석, 다정히 친구들 손잡고 운동장을 거니는 녀석, 각양각색이다. 아무도 없는 운동장에서 마음껏 다리는 아이들을 보니 내 마음도 후련했다.
조금 있다가 아이들이 내 곁으로 달려와 남자 아이들이 축구골대 그물에 우산을 걸어 놓는다고 신고(?)를 했다. 그래서 그곳으로 가 보았더니 참 재밌는 풍경이 벌어졌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우산을 그물에 걸어놓고 우산 장사를 하고 있지 않은가? 선생님인 내가 혼을 내줄 줄 알았던지 기대를 잔뜩 품었던 여자 아이들. 하지만 내가 멋있다며 사진을 찍자,
"우리도 해야지. 우리도 저기로 가자!"며 신나게 반대쪽 골대로 달려간다.
그래서 나도 따라 반대쪽으로 갔다. 여기 저기 그물에 여학생들이 자기 우산을 걸어 놓는다. 그러더니 한 두 마디씩 말이 들려오는데,
"여기 우산이요." "여기 오천원이요. 싸요 싸." "여기가 더 싸요. 여기는 최신식 우산이에요."
하며 장사를 하기 시작한다. 짖꿎은 남학생들은 달려와 여자 아이들 장사놀이를 훼방을 놓는다. 아이들 답다. 순간 나도 아이들처럼 놀고 싶었다.
아이들은 놀때 가장 아이들 답다. 일본의 키노쿠니 학교에서는 노는 게 공부고 공부가 노는 거였다. 교육이라는 것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인데, 요즘 아니 이명박 정권 이전부터 경쟁이 곧 교육이라는 개념이 교육 현장을 지배하고 있다. 서로를 살리는 경쟁이 아닌, 서로를 죽이고 내가 앞서야 하는 약육강식의 경쟁논리는 사람을 사람답지 못하게 만들고 사회를 더욱 어둡게 만든다. 진정 교육이 왜 필요한지, 교실에서 학교에서 지역에서부터 되살펴 볼 일이다. 쉬운 일은 아니어서 그게 답답하기만 하다. 오늘 정말 나는 아이들처럼 놀고 싶었다. 비야, 비야, 반갑다. 정말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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