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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엔데의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

갈돕선생 2010. 3. 15. 23:16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

 

이 책을 구입한지가 3년 전인 것 같은데, 읽은 건 오늘이니 나도 참 대단타 싶다. 한창 그림자극 수업준비때문에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 단순히 그림자 극장이라는 제목만 보고 구입했던 책이었다. 막상 받아보니 그림자극에 도움이 직접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니어서 책장 한 귀퉁이에 꽂아놓고 잊고 있었다. 그러던 며칠 전, 올해 아이들 책을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이런 저런 정보를 얻다 서울 혜화초 김도균선생님이 이 책에 대해 언급한 구절을 읽고 부랴부랴 책장을 뒤져 찾아내 읽게 됐다.

그림책이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글에 놀랐고 어린 아이들이 읽기에는 생각할 것들이 많아 알맞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모든 그림책이 그렇듯이 그림책을 읽고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독자의 몫이 아니겠는가. 수준을 떠나서 아이들이 이 책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무척 궁금했다. 어느 한 외로운 할머니 오필리아가 연극대본을 무대 밑에서 읽어주는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을 찾아오는 외로운 그림자들을 받아들여 그림자극 공연을 펼치며 세상을 더돈다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무척 환상적이다.

문제는 그림자들의 이름이다. '그림자 장난꾼', '무서운 어둠', '외로움', '밤앓이', '힘없음', '덧없음' 그리고 오필리아를 천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그림자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림자들의 이름은 인간의 삶을 대신하고 있다. 이 책 중간부분에 오필리아 할머니가 사람들에게 쫓겨나 세상을 헤매다 어느 해변가에 지쳐 앉은 모습은 나이를 먹어가는 내 모습의 앞날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하기도 했다. 많은 글이 실린 책이지만, 아무 글도 없이 간간히 왼쪽 오른쪽 전면에 실리는 큰 그림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마치 지난해 '벤자민의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는 영화를 본뒤 전해온 쓸쓸함이 다시 다가온 듯 했다.

이 그림책을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