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돕이야기 만들기/아이읽기! 책읽기!

손창섭의 '싸우는 아이'를 읽고......

갈돕선생 2006. 6. 20. 15:25

 

 

거진 한 달 내내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다. 때로는 바빠서 읽어주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졸라대는 아이들의 극성에 못 이겨 때로는 많이 때로는 짧게 읽어주곤 했다.

 

배경은 50-60년대 서울 어느 못 사는 동네에서 어렵게 할머니, 누나와 함께 살아가는 찬수라는 아이의 이야기이다. 가난하지만 남 도울 줄 아는 의리 있고 싸움 잘 하는 찬수 이야기는 우리 아이들에게 시대를 넘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던져 주었다. 쭉 내용을 훑어 보면 다음과 같다.

 

외상값 갚지 않는 이웃 아주머니와 그의 아들 상진이와 싸움을 벌이는 모습, 이웃 동네 껄렁한 아이들에게 놀림과 괴롭힘을 당하지만, 집안 식구들의 생계와 중학교 갈 돈을 구하기 위해 신문팔이와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는 찬수. 임금을 제 때 주지 않는 누나회사를 찾아가고 실직상태의 누나의 직장을 찾아 주기 위해 서울 번화가를 돌아다니다 신문사 사장의 눈에 들어 결국 누나의 직장을 얻게 해주는 일, 김장거리를 구하지 못해 청과물 시장에서 길가에 떨어진 배춧잎을 모아 집으로 가져가는 일을 하다 결국 주위 상인으로부터 소매치기로 오해를 받았던 일, 이웃집 인구네 집에서 매맞아가며 봉급도 못받고 고생만하는 식모살이 아이를 구해 좋은 집으로 도망치게 하는 일.

 

이러한 이야기는 배경과 시대를 넘어 우리 아이들 4학년을 적잖게 흥분하게 했다. 책 제목이 싸우는 아이지만, 그 싸우는 아이가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지녔는지 아이들을 알게 됐을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았을 시적의 여러 배경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새로운 예전 얘기로 다가섰을 것 같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그 책을 달라는 아이가 둘이나 있다. 한 명 더 신청할 태세다. 책은 습관이 아니라 삶의 한 과정이고 자발적인 동기에서 출발한다는 어느 누구의 말이 문득 떠 오른다.

 

책읽는 아니 책 읽어주는 재미에 푹 빠져들게 한 '싸우는 아이'라는 책. 생각보다 괜찮았다. 어른과 함께 집에서 읽어볼만 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