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근원교수의 지난 10년 간의 연구와 실천의 결정체라고 봐도 될 책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이 책은 그가 왜 교육인류학을 공부했고 그 공부를 통해 우리 교육과 학교에 기여할 방향과 방법이 무엇인지를 구체화 시켜내었다. 3~4년 전 우리 모임 여름 연수에 오셔 '세종대왕'을 매개로 한국 교육의 문제와 방향을 짚어내었을 때는 공감은 하지만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오늘은 다르다.
오늘의 내 고민이 그의 고민과 맞 닿아 있기 때문이다. 3, 4년동안 나의 실천과 사고의 변화가 일고 있는데, 그 지점에 그의 주장과 실천이 이어져 있어 크게 감동을 받았다. 그는 오늘날 우리네 학교와 교육이 수많은 개혁과 혁신을 시도했음에도 달라지지 않은 까닭을 '교민'이라는 낱말로 간단히 정리를 해 낸다. 교민의 패러다임은 정치주의, 공학주의, 객관주의, 계량주의, 개체주의로 한국의 교육을 오랫동안 지배해 왔다. 교육이 소수의 기획에 의해 정치적이고 공학적인 행위로 이루어질 경우 학생은 소수의 기획자가 기획한 바대로 틀지워 질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개체이기를 요구받고, 의미를 추구하기 보다는 욕망을 따르도록 자극받고 주체로서 세계와 더불어 실존하기 보다는 주체를 제거함으로써 전체의 한 부품이 되기를 요구받는다. 교과와 세계와 그리고 자신과도 도구적이고 기능적인 관계만을 맺기를 강요당한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가 소외받는 교민의 사회에서 우리가 꿈꾸는 학교는 없다.
반면 회인의 패더다임에서는 교육주의, 자연주의, 상호주관주의, 해석주의, 실존주의로 교민의 패러다임에 맞서고자 한다. 이들을 통해 자아실현과 사회화의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방안은 정치적 경제적 필요도 함께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회인을 실현한다는 것은 타자가 주체로서 고유하게 성장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그것은 결국 타자를 식민화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교육이 추구해야 할 지점은 바로 이러한 식민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외국교육 사례들이 마치 유행처럼 우리나라를 스쳐지나갔고 지금도 우리교육의 본 모습을 보지 못하도록 간섭하고 있다. 그것을 간섭으로 여기지 못하고 우리 아이들과 우리네 학교를 돌아보지 못하고 그들의 이론을 가져와 적용하고 이식시키려는 과정은 또 다시 교민의 틀 안으로 우리 자신을 식민화 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이러한 교민의 시대에서 회인의 시대로 넘어가는 철학과 방법을 교육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아울러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 질적연구를 선택하고 1) 아이 세상 이해하기 2) 아이 눈으로 수업보기 3) 아이 수업으로 대화하기라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하여 교민의 시각으로 미처 보지 못했던 애써 외면해왔던 그래서 아이들을 생각하지 않고 수업모형과 기법만으로 수업에 달려들었던 교사들의 수업관과 삶을 바꾸려 한다. 이는 교육의 혁신은 교사의 혁신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서근원의 핵심 주장과 맞닿아 있다. 아이들의 삶을 이해하고 실제 수업에서 아이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능숙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학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서근원의 또 하나의 주장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동료들이 아이들 수업으로 함께 대화하며 새로운 학교문화와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이것이 그의 결론이다.
발도르프교육, 열린 교육, 핀란드 교육, 프레네 교육, 일본의 배움의 공동체까지 이 땅의 교육은 그동안 다른 나라 교육에서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를 해결해 줄 열쇠를 찾으려 했다. 이것이 일선 교사단체와 교사들의 노력이었다면 관에서는 각종 이론들을 끄집어 와 수업을 일정한 모형에 가두어 그 속에서 기술적인 테크닉을 발휘하는 교사들을 키우려고 애써왔다. 그러나 우리네 교육은 내가 교사로 발령받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많은 아이들은 학교에서 들러리로 외롭게 학교를 다니다 떠나고 있고 교사들은 승진의 굴레에서 승자와 패자로 서로의 눈치를 보며 사는 이상한 공동체를 만들어 내고 있다.
요컨대, 서근원은 교사의 마음의 혁신으로부터 비롯되어야 하며, 그러한 사고의 변화는 행동의 변화로 이어져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곧 학교혁신임을 확신한다. 그것은 교민의 시대를 언젠가는 끝장내는 작은 발걸음이자 더 이상 외국이론으로 우리네 학교와 수업을 바꾸려는 식민성에서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다. 교사로 새롭게 거듭날 수 있게 해 준 이 책에, 아니 서근원교수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감사를 표하고 싶다. 남은 교사생활의 10년을 어떻게 보낼지 새로운 꿈을 키울 수 있어 참으로 오랫만에 책을 읽고 마음이 참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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