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류학과 함께 하는 장성북중학교 혁신의 첫번째 이야기 책이다. 서근원 교수가 주장하는 '아이 눈으로 수업보기'철학과 방법을 전북 장성북중학교에서 실천을 하고 한 학기간 이뤄진 선생님들의 보고서와 에세이를 가려 묶은 책이기도 하다.
서근원 교수의 '학교 혁신의 패러독스'에서 감을 잡지 못했던 워크숍과 세미나의 과정이 장성북 중학교 선생님들의 글을 통해서 잘 드러난다는 점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아이 눈으로 수업을 보고 교사들이 대화를 나누고 아이들을 위한 수업을 고민하고 실천한 과정과 노력이 담겼다는 점에서 매우 뜻이 깊은 책이기도 하다.
사실 이 책의 중간까지 읽으면서 느꼈던 생각은 보고서라고 보기에는 그동안 내가 써왔던 글쓰기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아 무슨 차이가 나는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나중에는 급기야 '이 학교 교사들은 이 정도도 생각하지 않고 학급운영이나 수업을 해 왔단 말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교사들이 한 벼리아이를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아이의 행동과 말에 드러난 뜻과 숨겨진 뜻을 밝혀 내려 애쓰는 교사들의 노력이 부각돼 보이기 시작했다. 이즈음에서 섣부른 판단과 건방진 선입견을 잠시나마 가졌던 내가 부끄러웠다.
책의 끝이 보이기 시작할 때에는 장성북중학교선생님들을 떠올리며 '쉽지 않았겠구나. 정말 엄청난 집중과 노력을 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저 존경스러웠다. 지난 20년간 단 한 번도 학교에서 이러한 경험을 해 보지 못한 내게 그분들의 실천은 존경의 대상이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정말 다른 삶을 살아온 교사들에게는 이러한 경험이 큰 놀라움과 깨달음을 주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편으로는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내면서 서근원 교수의 색다른 수업보기의 철학과 방식은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서근원교수의 철학과 방식을 지난 20년간이라는 시간 속에서 내가 체득해 온 철학과 방식이기도 했다.
그것을 학자의 깊은 공부와 오랜 실천, 그에 따른 혜안으로 내가 겪은 혹은 우리나라 곳곳에서 열심히 아이들과 살아가는 선생님들의 삶을 압축해서 교사들에 도움이 되는 일종의 연수과정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이러한 방식은 나와 같이 20년이 지나서 겨우 깨닫는 과정을 압축해서 실행하게 함으로써 좀 더 빠르게 많은 교사들이 교민의 사고에서 회인의 사고로 이행할 수 있게 해주는 데 효과가 크고 의미가 깊다고 생각했다. 아울러 나처럼 교사생활을 오래한 사람이 조금은 지치고 이따금씩 내가 가는 길을 헷갈려 할 때 만나면 새롭게 교사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좋은 과정이라고도 생각했다.
몇년 전부터 수업에 관한 성찰에 대해 이야기가 부쩍 늘었다. 수업비평이며 교사수업공동체라는 용어까지 등장한다. 그러나 이 모든 출발은 아이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이들의 삶을 이해하지도, 아이들이 수업에 어떻게 참여하는지도 모르면서, 우리는 그동안 수업을 먼저 이야기 하고 수업을 어떻게 볼지 이야기를 나누는데에만 집책해 왔다. 그것이 관주도로 이어진 수업이야기이든 학교 밖에서 떠 도는 수업비평에 관한 이야기든 별반 크게 차이가 나 보이지 않는다. 이른바 배움의 공동체 열풍을 일으키는 그들의 현장에서도 그들의 입에서 진정 아이들의 삶과 수업에 대한 아이들의 눈과 모습을 제대로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의 삶을 이해하고 아이들을 위한 수업을 준비하는 자세가 갖춰지면 이러한 수업을 제한하는 학교의 문화와 제도를 함께 고민하고 깨뜨려 나가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얕은 경험이었지만 나 또한 다르지 않았다. 나 또한 이러한 과정을 밟아왔다. 이런 과정 없이 수업의 비평을 이야기 할 수 있고 교사들의 수업공동체도 자연스럽게 구성되리라 기대하는 것은 정말 막연한 기대요 꿈일 수밖에 없다. 우리네 교육을 정말 바꾸고자 한다면 우리네 수업을 정말 바꾸고자 한다면, 서근원교수의 지적처럼 내가 살고 있는 지역과 학교, 아이들을 통해서 찾아야 한다. 우리 스스로 길을 찾아나서야 한다. 그런 뜻에서 이 책은 다른 나라의 이론과 실천을 이식하는데만 골몰해 왔던 우리네 모습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새롭게 실천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가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참으로 마음 따뜻했다.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이 책은 교사을 교사답게 만든 철학과 방법, 아이들을 더 이상 학교와 교실, 수업에서 소외시키지 않는 철학과 방법이 얼마나 학교에서 중요한지를 밑바닥부터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특히 내게 이 책은 그동안 정교하지도 않으면서 아이들을 감히 이해하고 알고 있다고 은근히 자부했던 나를 반성하게 하게 해주었다. 다음 주 나는 전북 진안 장승초로 간다. 연구년을 뜻깊게 보낼 수 있도록 허락해준 장승초 윤일호선생님과 서근원교수님에게 감사를 드린다. 모쪼록 진안 장승초의 수업 이야기도 책으로 펴낼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여 그곳에 내가 다녀간 흔적도 담기기를 기대해 본다.
'2013년 그 아련한 추억들 > 읽은 책 들려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1권 (0) | 2013.03.24 |
---|---|
서근원의 '공동체는 어디에 있을까?' (0) | 2013.03.24 |
베시 라임스(김종현옮김)의 교실담화분석: 비판적 반성을 위한 도구(말이 열리는 교실: 교실 수업 개선을 위한 담화분석) (0) | 2013.03.24 |
서근원의 '학교 혁신의 패러독스' - 교민(敎民)에서 회인(誨人)으로 (0) | 2013.03.19 |
서근원의 '학교 혁신의 길'_ 교육인류학 관점에서 (0) | 2013.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