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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언젠가 '무슨 무슨 환경파수꾼'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써 냈던 김용근이라는
강원도 속초지역 초등학교 교사가 어느 순간 발도르프에 미쳐 산다는
얘기를 들은지도 꽤 오래됐다. 방송을 통해 8년간 담임제를 실시하고
손으로 하는 수공예, 목공예, 인형만들기, 그림 그리기 따위의 학습을
중심으로 새로운 대안교육을 모색하는 모습을 유행인양 한동안 방송에서
떠들어대던 기억도 꽤 오래됐다. 그 와중에 나는 대학원이라는
델 갔고, 들어갈 때부터 막연하게 무조건 대안교육은 반드시 공부하고
나오리라 생각했던 터라, 늘 내 머리 속에 발도르프는 곁에 있었고,
관련된 책은 지금도 내 책장에 하나도 제대로 읽히지 않은 채로 6권이
꼽혀 있다. 간디학교를 대안교육의 연구대상으로 삼으면서 발도르프에
대한 관심은 잠시 저 멀리 두었던 것. 하지만 대학원에 합격하고 1정 연수를 받던 중 발도르프 학교에서 체험을 하고 공부까지 하고 온 한주미라는 사람이 쓴 책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언젠가 그 책을 꼭 읽어봐야지 하고는 그렇게 5년의 세월을 흘려 보냈다. |
그 책을 나는 얼마 전에 주문을 하여 받아 보고는 읽기 시작했더랬다. 순수하고 겸손하며 조용하지만 나름대로 열정적인 한 젊은 여인의 체험담에 이끌려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이틀만에 읽어 버렸다. 나 또한 늘 생각만으로는 경계했던 발도르프에 대한 방법론적인 적용에 대한 문제에 대해 이 책의 저자 한주미씨도 줄곧 지적하였고, 그러한 시각에 더 이끌려 이 책을 더 쉽게 놓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내가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줄을 쳐가며 읽었고, 그 부분은 또 다시 내가 내 학급과 내 교육관과 끊임없이 연관시켜 나가야할 숙제가 되리라는 생각을 해 댔다. 이제 나는 내가 줄을 쳐가며 읽었던 이 책의 몇 가지 행간의 의미들을 다시 살펴보면서 좀 더 부연 설명을 해보고자 한다.
이만큼.... 꼭 이만큼만 얘기하고 싶다. 재미있는 영화를 보는 이들 앞에서 다 얘기했다가는 눈총받기 쉽상이니.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한주미라는 인물에 대해 나는 많은 존경심과 부러움을 가져 보았다. 우선 에머슨 칼리지라는 곳에 선도적으로 나서서 발도르프라는 새로운 대안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자신의 삶을 투여하는 모습이 그렇게나 아름다울 수가 없어 보였다. 그 배움의 일부를 자신의 사비까지 털어가며 한국에 전하려 했던 모습에서 순수한 그의 열정에 존경심이 간다. 아울러 만약 내가 가정과 조직의 굴레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있을 수 있다면 나 또한 그런 경험과 모험을 해보고 싶다는 부러움이 솟구쳐 오르는 것을 감출 수 없다. 더구나 방법론쪽에 치우치는 인상을 주는 몇몇 발도르프 전도사들의 모습과는 다르게 순수한 경험의 일상들을 담백하게 펼쳐나가는 그에게서 진정한 발도르프인을 볼 수 있었다. 아울러 한 가지 더 경계해야 할 것을 말하자면, 철학없이 교육방법에 치우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사회변혁에 대한 관심없는 좁은 교육중심사고라 하겠다. 발도르프이건, 몬테소리이건, 그 어떤 것이든 그러한 교육은 넓게는 세계화의 변화 속에서 좁게는 한국사회에서 드러내어 실천될 철학이며 방법이라 할 때, 일반 교육과 거리를 두고 차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무관심으로 빠져드는 것은 또하나의 위험한 모습일 것이다. 발도르프 교육이 일반 공교육의 변화에 진정한 변화를 주려 한다면, 일반 공교육의 흐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실천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 학급, 내 학교만을 생각하고 내 교육방식에만 매몰되어 진정한 사회와 교육의 변화를 꾀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글을 쓴 한주미씨가 교사의 노력만이 교육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얘기했었지만, 그러한 노력이 단지 교실과 학교에서만 머물고 개개인의 교사에게 주어지는 충성심과 양심, 책임감으로만 포장된 것에 의지한다면, 분명 한계가 있다는 것을 그도 배우고 익혀 나갔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진정한 대안교육 실천가들은 이러한 시각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을 때라야만 그 존재의 의미가 더욱 커진다는 생각이다. 이와 같은 예는 이미 작년 간디학교의 투쟁에서 비단 간디학교라는 작은 대안학교에만 국한 되는 사안이 아니었음을 우리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더구나 간디학교 교사들이 전교조 분회를 결성한 것은 이러한 인식의 고리와 함께 연관되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하지만, 끝으로 나 또한
발도르프 교육을 일부분만 알게 되었으므로, 더 공부를 하고 체득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한주미씨가 더 공부해야
할 부분이 있는 만큼 나 또한 더 공부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인정함으로.
사실 난 지금 그 준비에 머리가 아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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