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돕이야기 만들기/행복을 꿈꾸는 삶

[스크랩] '웰컴투 동막골'을 보고나서......

갈돕선생 2005. 12. 30. 12:02

영화보다는 책을 말했던 나에게 '동막골'은 책보다 강한 영화의 매력을 보여주었다.

아무리 책에서 평화를 얘기하고 전쟁을 거부하는 이론과 에세이를 읽은 들, 이 한 편의 영화에 비할바가 못된다. 오늘은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던 영화평을 해 보고자 한다.

 

먼저 이 영화 선전문구에 감동, 웃음, 눈물이 있다는 말이 지나치지 않을 만큼, 이 영화는 한국정서에 맞는 웃음과 감동 속에서 전쟁이 우리에게 무슨 일을 가져다 주며, 사람을 어떻게 만들어 버리는지, 그리고 전쟁이라는 것이 인간의 삶에서 얼마나 어리석은 행위인지를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영화였다.

 

지금까지 반전과 냉전, 이데올로기를 주제로 삼아 관중몰이를 해 왔던 기존의 '쉬리'나 'JSA', '태극기를 휘날리며'와는 또 다른 감동, 아니 지금까지 이 세 편의 영화가 구체적으로 얘기해지 못했던 평화, 그 속에서 행복한 인간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벌어져야만 하는 당연한 일들을 뒤집어 영화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상상력으로 관객에게 호소력있게 다가가는 감독의 예술적 기지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한국전쟁이라는 최악의 틈바구니 속에서 전쟁과 상관없이 생활하는 깊숙한 산골마을을 배경으로 그곳 사람들과 국군과 인민군, 그리고 연합군이 만나 만들어내는 생뚱맞은 설정은 보는 이들에게 전혀 낯설게 다가가지 않고 오히려 마치 그런 상황이 있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그 착각 속에서 정말 전쟁이라는 것이 인간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고, 사람을 사람답지 못하게 만드는 인류최악의 산물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한다.

 

내가 영화를 보면서 줄곧 주목을 했던 인물은 이따금 나타나는 미친 여자 강혜정이었다. 그 여자는 극도의 긴장과 갈등, 분노에서 헤메는 주인공(정재영-인민군/신하균-국군)들에게 갑작스럽게 나타나 일종의 갈등해소, 카타르시스를 던져주며 전쟁에서 빠져나올 것을 주문하는 듯 했다. 그 미친 여자를 사랑했던 어린 인민군의 마음 속에서는 어설픈 이데올로기와 적대감을 던져버리게도 했고, 마침내 전쟁과 일정한 거리를 두었던 그들 앞에서 죽음을 맞이했던, 그 여자를 통해 등장인물들은 전쟁과 영원히 단절하려는 몸부림을 쳤다. 그 몸부림은 화해였다.

 

동막골이 연합군의 오판으로 폭격의 대상이 됨을 안 그들은 그들의 평화와 안식을 가져다 주었던 그 동막골을 지키기 위해 인민군, 국군, 연합군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오로지 평화를 위해, 사람다운 삶을 위해. 그들에게 이미 이데올로기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두 시간을 넘게 보면서, 참으로 좋은 영화 한 편이 큰 삶의 가치를 던져주기도 하는 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단지 재미로만 느끼고, 웃기는 대사에 집중하는 10대와 20대들의 대화를 들으며 영화관을 나서면서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진정 평화가 어떤 것인지, 사람이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다운 것인지를 조금이라도 알게 되길 바랄 뿐이다. 참 좋은 영화를 보았다. 마음이 참 따뜻했다

출처 : 부산교대 맥
글쓴이 : 박진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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