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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찬숙의 '받은 편지함' - 따뜻함과 애틋함을 느끼게 하는 책

갈돕선생 2006. 1. 2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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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태석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했더니 두 시간만에 훌떡 읽어 버리고 나에게 다시 건넨 책. 책을 주문하고 그날 밤에 책 건내주고 잠시 잊고 있었는데 문득 방안에서 뭐하는지 찾았더니 내가 사준 책 '받은 편지함'을 거진 다 읽고 있었다. 재밌냐고 했더니 재밌단다.

 

태석이가 집중해서 읽는 책은 분명 재밌을 거라는 생각은 한다. 늘 그랬으니까. 2005년 올해의 예술상 문학분야 수상작이라는 이 책을 구입할 때는 나름대로 자신감이 있었다. 문제는 내가 안 읽었다는 것. 늘 아이들 책을 읽어야지 해 놓고 딴 책만 읽다가 이제부터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태석이가 부산으로 풍물 공연간 차에 집에서 혼자 읽어 보았다.

 

조금 피곤한 상태라 몇 꼭지만 읽고 좀 잘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각 외로 잘 짜여진 구성과 독특한 소재, 이야기의 빠른 전개,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내면 묘사가 피곤을 잠시 잊고 끝까지 읽게 만들었다. 읽으면서 느낌이 어떴냐고 물었을 때, 태석이가 한 말이 생각났다.

 

'순남이가 왜 그렇게 이름을 숨겨야 했는지 모르겠어요.'

'슬픈 내용이에요.'

 

주된 이야기는 어떤 가난한 열 두살 짜리 여자 아이가 학교에서 배운 컴퓨터로 언뜻 읽었던 책의 저자에게 보낸 전자우편에 대한 답장에서 시작한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저자의 답장을 받은 순남이는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자기 반에서 가장 돋보인 친구 혜민이의 이름을 빌어 그 아이가 자신인양 책의 저자와 전자우편을 주고 받는다는 얘기다. 컴퓨터와 친구가 없던 순남이는 책과 가까워지게 됐고 진짜 혜민이의 진솔한 마음때문에 가까워진 순남이는 책의 저자에게 거짓말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때문에 많은 갈등을 하게 되고 결국 책의 저자와 주위 사람들의 배려로 그 갈등을 해소한다는 과정을 그린 창작동화이다.

 

200쪽도 안되는 짧은 동화였지만 아이들의 심리묘사와 상황전개 등 구성력이 뛰어나고 요즘 아이들에게 친숙한 이메일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더구나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늘 소외되어 있고 말 없이 자신감을 잃고 있는 순남이가 주인공이었다는 점, 그 순남이를 다시 이끌어 낸 또 다른 주인공은 다른 곳에 있지 않고 그 교실 속 친구였다는 점은 이 글을 읽는 아이들에게도 여러 가지를 생각할 거리를 주지 않을까 싶다.

 

부끄럽지만 교사가 되고 나서 동화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은 책은 이 책이 처음이지 않나 싶다. 더구나 감상문까지. 처음부터 너무 느낌이 좋은 책을 잡은 것 같아 기분도 좋다. 오늘 태석이가 들어오면 순남이와 혜민이 얘기를 좀  더 자세히 해 볼 생각이다. 책 가지고 아이와 함께 얘기할 수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2006.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