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중간고사를 쳤다.
아이들이 한시간씩 치고 날때마다 그 다음 시간부터 시험지를 매겨 나갔다.
늘 그랬듯이 어떤 문제는 기본적인 문제이고 상식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틀리는 아이가 많을때는 매기면서도 답답하기는 예전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예전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은 늘 아이들은 이랬다는 거다. 해마다 어김없이 이런 아이들이 있었다는 거다. 이제 그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게 되었다. 그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다 각기 다른 아이들을 하나의 틀에 맞추려 하다보니 답을 내는 방식도 다양하기만 한데, 이것을 이해 못하면 늘 아이들은 꾸중을 들어야 하는 대상만 되는 것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드러나는 특징은 평소에는 잘 해결하던 문제를 막상 시험이면 너무도 쉽게 틀린다는 것이댜. 이는 우선 내가 잘 못가르친 탓이 제일 크다. 다음으로는 시험이라는 긴장을 이겨내지 못하거나 평소 학습습관이 바르지 못한 탓이 아닐까. 이 세 가지 모두 어른들 탓이라는데 생각이 모아진다. 그러나 학습력이 지나치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대게의 경우 아이들은 틀린 문제를 해결하곤 한다. 점수만 가지고 얘기할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문제는 첫째, 교사가 얼마나 꼼꼼히 피드백을 잘 해주냐에 있다. 다음으로 부모들이 시험에 대한 중압감을 주지 않고 시험때만 되풀이 하는 잔소리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책읽기, 함께 수학문제 풀어주기, 준비물 챙겨주기와 같은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잘 실천하는 가정은 참 드물다. 생업에 바쁜 어른들로서 그 일이 그리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진짜 공부에서 점점 멀어지고 그 거리만큼 부자간, 모자간의 거리도 멀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해결방법은 역시 관계 회복이다. 단지 시험 성적만으로 얘기할 일이 아니다. 교사와 학생, 부모와 학생의 관계 회복이 되지 않은 한, 아이들의 시험 스트레스와 방황, 공부에 대한 회의와 무관심은 점점 깊어 갈 것이다. 이걸 줄여주는 일이 올해 내가 해야할 일이고 부모님들이 해야할 일이다.
오늘 시험치고 쉬는 시간을 돌아 보면, 욕심 많은 아이들 몇몇을 빼고는 노느라 난리다.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시험 다 치고 나서 점심먹고 간단히 청소한 뒤에는 가려는 아이들 붙잡아 놓고 체육 시간을 가지며 즐거운 피구도 해 보았다. 오늘 시험쳤나 할 정도로 놀이에 몰입한다. 이래서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일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시험을 마치고 난 뒤, 어디 가냐고 물었다. 학원간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잠시 즐거웠던 기분이 가라 앉는다.
아이들은 아이들 답게 자라야 한다. 오늘 시험치는 날, 학원 좀 안가면 안되나? 하긴 갈데도 없겠다. 집에 일찍가도 반겨줄 사람이 별로 없으니. 세상이 왜 이 모양인지.
시험기간 - 이용준
날짜: 4월 23일, 날씨: 덥고 맑음
나는 시험보다 시험기간이 더 싫다. 왜냐하면, 학원 가서 늦게 마치기 때문이다. 또 토요일이랑 일요일도 가야 한다. 학원갔다 와서는 영어 동영상을 해야 한다. 그러면 아주 지치고 피곤하다. 빨리 시험날이 와서 끝났으면.
시험이 코 앞 - 이용준
날짜 4월 26일, 날씨: 구름이 많은 날씨
드디어 시험이 코 앞이다. 학원에서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학교 마치고 바로와서 8시에 마치게 해 준다. 그렇게 시험이 중요한가? 아빠는 맨날 잔소리만 한다. 그러면 짜증나고 스트레스 받는다. 하지만 나를 달래주는 것은 있다. 학교 빨리 마치고 학원에서는 고생했다며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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