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이들과 '시화전'을 준비하기 위한 미술시간을 가졌다. 마침 사진기를 가져오지 않아 음악전담선생님 것을 빌려와 아이들이 작업하는 것을 찍었다. 지난 해 발도르프 연수때 어설프게 배웠던 '젖은 수채화'를 해 보았다.
지난해 선생님들 작품도 보여주고 하는 방법을 안내해 주고 시작했다. 다만, 종이의 질을 좀 더 좋은 것으로 했어야 했는데 세심하게 준비하지 못한 것 때문에 군데군데 종이가 일어나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좀 더 부지런해야 했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우리 이들은 내가 가르쳐 준 것 이상으로 나보다 훨씬 좋은 작품을 만들어 냈다. 아쉽게도 색감이 아직 떨어지고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에 익숙지 않은 아이들이 내가 가르쳐 준 대로 하지 않고 여러 색상을 써서 망치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것도 경험이려니 생각하며 지도를 했다.
나머지 두 시간은 사람을 주제로 마지막 시쓰기 국어수업을 했다. 점점 시 쓰는 것에도 익숙해져 가는 것 같다. 조금 걱정이 드는 것은 나의 영향으로 시를 보는 관점이 교과서를 대했던 것 만큼이나 한쪽으로 몰리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대안은 좋은 어른들의 시와 아이들의 시를 자주 접하도록 꾸준히 교사인 내가 노력하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내일이 시험인데 어제 찾아 주신 어느 학부모님 말씀처럼 나는 오늘도 시험얘기는 하지 않았다. 어제 시험범위도 배운데까지라고 말했을 뿐 시험에 대한 이야기는 오늘 마침시간때
"내일 시험이죠?"
"네!"
"오늘 푹 쉬세요."
이런 정도였다. 시험범위도 알려주지 않는 것을 답답해 하시던 학부모님의 얼굴이 떠 오른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아이들과 시화전 준비를 했다. 아이들은 늘 오늘을 산다. 그 곁에서 내가 있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런 말을 꼭 하고 싶다.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은 시험범위에서 찾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삶의 범위에서 찾아야 합니다."
또 이런 말을 하면 이런 소리 들을지 모르겠다.
"세상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군!"
"이봐요. 세상이 지금 어떤 시대인데? 경쟁 아니면 죽는 시대야!"
그런데, 과연 그럴까?
학교때 잘 나가던 내가 아는 누구는 지금 실직자다. 시험공부 밖에 몰랐던 그 친구는 지금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무능력자로 남아있다. 그렇게 경쟁하고도. 그렇게 이겨 놓고도. 그 친구는 예전에도 부모님의 학업 강요에 행복하지 못했다고 하던데, 지금도 그는 행복하지 못한듯 하다.
어린시절 행복했던 사람이 어른이 돼서도 행복하게 산다는 말이 결코 쉽게 넘겨지지 않은 이유는 내가 바로 교사이기 때문이리라. 난 우리 아이들이 나와 함께 올해 참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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