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수업을 준비하면서 국어교과서 다섯째 마당을 살펴 보았다. 겪은 일 쓰기를 공부하는 단원이 있었다. 차례대로 치면 나중에 배워야 할 단원이지만, 방학 중 망가진 생활글 쓰기때문에 리듬을 다시 살려야 햔다는 생각으로 수업을 했고 이제 거진 마무리를 지었다.
개학하자 마자 아이들 생활글을 보니 무척 실망스러웠다. 1학기 동안 강조한 글쓰기 원칙을 다 잊은 듯 아무렇게 써 버린 아이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버린 모습에 허탈한 마음 감출 수 없었다.
아이들에게 실망했다는 얘기를 시작으로 겪은 일을 쓰는 생활글 쓰기를 다시 시작했다.
그림 그리듯 자세히 쓰기, 대화글 넣기, 솔직하게 쓰기, 제목, 날짜, 날씨 빼먹지 않기 따위로 수업을 진행했다. 물론 이런 방법을 얘기하기 전에 좋은 글 맛보기를 했다.
차츰 기억이 나는 듯, 이후에 생활글을 써 오는 아이들의 글은 다시 좋은 모습으로 바뀌어 갔다. 하지만 이런 리듬이 그리 오래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 일이 우리 아이들의 삶에 배여 있지 못한 탓에 기복이 너무 심하다.
그저 먹고 놀고 즐겁고, 학원 가기 싫은 삶들만 늘어져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교사로서 답답함을 많이 느낀다.
좋은 글이 나올 수 있도록 아이들의 리듬을 이어가는 일은 어쩔 수 없이 또 내 몫으로 돌아온다. 아이들의 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자주 좋은 글을 들려주고 확인하는 일 밖에는 없을 것 같다. 글쓰기는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점점 힘들기만 하다.
'2006-12교사일기 > 2006년 수업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원천강 오늘이 수업이야기 (0) | 2006.11.14 |
---|---|
내 짝꿍 최영대 수업이야기 (0) | 2006.10.20 |
'문제아'들려주기 수업의 문제 (0) | 2006.09.18 |
조각영상으로 이야기의 차례 이해하고 주제 알기 (0) | 2006.06.29 |
[스크랩] 천연 비누 만들기를 하고서(1) (0) | 2006.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