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둘째마당에서 셋째마당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공부를 위해 '내 짝꿍 최영대'를 준비해 보았다. 먼저 이야기를 쭉 들려 주었다. 영대의 외모와 가정 환경에서부터 친구들의 괴롭힘까지 이어지면서 아이들은 조금씩 안타까운 마음을 곳곳에서 보여주었다. 말로 드러내는 표현이 아니라 얼굴 빛에서 조금씩 느껴졌다. 이윽고 영대가 친구들과 함께 경주로 여행을 가면서 벌어지는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은 꽤나 가슴 아프고 감동을 받았나 보다.
아이들에게 따로 묻지는 않았다. 내가 준비한 학습지에 내가 떠올린 최영대의 모습을 그려보며 마음 고생을 한 최영대에게 상장을 한 번 주어 보라 했다. 춘천에 계신 심은숙선생님의 실천 사례를 그대로 따라 해 보았다. 아이들이 느낀 최영대의 얼굴을 하나 하나 보노라니 웃음이 난다. 아이들이 내가 이야기를 들려줄때, 영대의 얼굴을 이렇게 떠올렸을 걸 생각하니 신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장 내용은 뜻밖에도 간단했고 이야기 속으로 깊이 있게 다가서지 못한 것 같아 아쉽기도 했다.
많은 아이들이 친구들의 괴롭힘에 참고 참았던 것에 후한 점수를 주었는데, 모둠끼리 비슷비슷한 글귀가 많은 걸 보니 몇몇 아이들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옆 친구가 하는 걸 그대로 따라 한 듯 해 보였다. 다음엔 이런 활동을 할 때는 모둠이 함께 모여서 해야할지 따로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이렇게 학습지로 접근하면 늘 한계가 보인다. 아이들의 깊이 있는 생각, 다양한 생각을 떠 올리기 힘들다는 생각때문이다. 공부에 재미는 있겠지만 이야기 속으로 깊이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말로 하자 그러면 그렇게 풍성하게 말을 하지도 못한다. 가정에서 말을 하는 환경이 아니었고, 3학년까지 학습환경이 몸으로 나타내고 말로 드러내기 보다는 그저 앉아서 시험공부하듯 공부한 탓에 수업시간에 말하는 것은 그리 익숙하지 못하다. 여전히 일정한 보상이 주어져야 마지못해 말을 하려는 아이들이 많은 것이 꼭 나만의 탓인지 괜히 화가 나기도 한다.
지금껏 내와 공부했던 아이들은 글을 길게 섰다. 자세히 쓰게 하고 꼭 필요한 말이 빠지지 않도록 집중해서 쓰게 하고 '대화글'이 들어가게 하고 글을 한 번씩 더 보게 하여 다듬게 하다 보니 우리반 아이들은 어느새 글이 저절로 길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너무도 간단히 대충 적으려 할 때는 교과서에 글을 쓰거나 이런 학습지에 글을 쓸 때다. 일정한 양이 정해져 있고 줄간이 정해져 있어서일까. 글씨의 크기도 커지고 글자 간격도 넓어지면서 내용도 없이 대충 써 버린다. 그저 줄공책에 쓰게 할 때와 다르다.
이점은 교과서를 만들때도 참고를 했으면 한다. 유럽 국어교과서에는 느낌이나 일정한 답을 다섯줄이나 몇 줄 따위로 적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간단한 느낌만을 적는 것도 한 방법이겠으나 글을 읽었을 때, 순간 순간 가졌던 느낌을 놓치지 않고 글로 담는 공부와 그것을 말로 다시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공부가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와 토론이 필요할 것 같다.
어쨌든 학습지로 아이들과 국어공부하면서 좀 더 다른 면에서 아이들을 바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챙겨야 할 부분과 아이들에게 부족한 부분을 찾을 수 있어 좋았다. 다음 시간에는 상장에 적은 글을 가지고 영대에 대한 생각들을 다시 정리하고 다른 공부로 들어가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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