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쓸 그날에/아이들 삶글읽기

절대 사절 할 것이다

갈돕선생 2009. 7. 9. 08:55

7월 8일 수요일 날씨: 구름이 꼈는데 비가 안 옴.

 

나는 아직도 설사를 한다. 저번에 곶감도 먹었는데 그때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밥을 먹다가 할머니 보고 이렇게 말했다.

"할머니 저 아직도 설사하는디 어떡해유?"

"저번에 곶감 먹었잖여?"

"먹긴 먹었는데 그때분이예요."

"왜 그러지? 병원에 한 번 가볼까?"

"뭐 잘못 먹은 거 같기도 한디 병원가면 장염이라고 할걸요?"

"그러면 양귀비 삶앙서 좀 줘볼까?"

"양귀비?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어디서 들었더라. 아, 맞다! 티비에서 봤어요. 그거 안 좋은 걸로 아는데."

"걸리면 큰 일 나는 겨. 저기 괭이할머니가 좀 심었다는디. 좀 달라고 해 볼까?"

"먹긴 먹는 거예요?"

"암만, 먹지. 근디 잘못 먹었면 계속 먹게 돼서 조금씩 한 번 맥여볼까 생각중이여."

"그럼, 마약 아닌가? 계속 먹게 되면?"

"그니께 좀씩 먹어야지. 아무튼 할머니가 생각해 볼께. 어서 밥 먹어."

나는 밥을 먹으면서 생각해 봤다. 양귀비가 안 좋은 걸로 알고 있는데 먹으면 계속 먹게 된다고 들었다. 양귀비를 먹으면 마약처럼 기분이 무지하게 좋아진다고 한다. 내가 만약 마약을 먹게 된다면 나는 어린 나이에 감옥살이를 할 수도 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나도 연예인들처럼 마약 먹었다고 티비에 나올 수도 있다. 할머니께서 내게 양귀비를 주면 나는 절대 사절할 것이다.

 

7월 9일 목요일 날씨 장마철이라 비가 엄청나게 옴.

 

양귀비차

 

오늘 할머니깨ㅔ서 비가 오는데 괭이할머니네 가서 양귀비를 조금 가져왔다. 가져온 양귀비를 주전자에 넣고 물을 넣고 끓였다. 끓이니 색갈은 노르스름한 게 꼭 오줌 같았다. 냄새는 보리차와 비슷하다. 할머니깨서 말씀하셨다.

 

"자, 먹어봐. 양귀비 찬디 좀 써."

할머니께서는 컵에 차를 반 정도 부었다. 어른들은 한 잔이고 어린이는 반잔이라고 한다.

"할머니, 근디 이거 우리 선생님께서 마약 만드는 거라는디 먹어도 되유? 좀 의심 가는디."

"먹어봐. 설사 무지하게 안 좋은 겨. 똥구먹에 좀만 힘 줘도 똥이 나오잖여? 이거 좀 먹고 괜찮아 지는 게 낫지."

"근디 이거 왜 괭이할머니 집에 가서 갖고 왔어요?"

"거시기가 좀 먹을려 했는디 준이 설사한다 해서 달라했지."

"우리 선생님이 마약 많이 먹으면 환각상태가 된데요. 살쾡이가 몸으로 들어왔다 눈으로 빠져나가고 그런데요."

"니가 많이 마실끼간? 잔말 말고 마셔!"

"알았어요."

 

나는 벌컥 벌컥 마실 용기가 없었다. 맛도 엄청 쓰지 마약 만드는 거지. 가지가지 했다. 그래도 난 한 입 가득 넣는데 너무너무 써서 컵에 뱉어 버렸다. 이건 더이상 차가 아니라 마약 그 자체인 것 같다. 하지만 삼촌께서는 양귀비가 몸에 좋다고 하신다. 선생님 말을 믿어야 할지, 식구들 마을 믿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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