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로 잰 듯 반듯하지 않아도

"선생님, 이거 맛있어요." 내 앞에서 점심을 먹던 재원이가 한 마디 한다. 어머님 말씀에 의하면 재원이는 집에서는 잘 먹는데, 학교에서 주는 급식에는 관심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늘 재원이는 점심을 후다닥 먹는 모양이다. 그러던 재원이가 오늘은 맛있다는 게 있다며 나를 보는 게 아닌가. 살이 쪄..

어제는 우리 반의 5월 마무리 잔치 하는 날이었다. 아이들과 봄을 마무리 짓는 달이기도 했다. 마무리 활동으로 어머님들과 준비하는 빛그림책 공연과 관계의 달을 매김하는 비빔밥 잔치를 열었다. 둘째시간부터 바쁘게 움직였지만, 어머님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즐거운 빛그림책 공연시간이 되었다. ..

오늘 하루 아침부터 무척 바빴다. 오늘은 아이들과 약속한 황토염색하는 날. 지난 주에 유성매직으로 밑그림을 그려 놓았던 손수건에 황토로 염색을 했다. 모둠별로 준비해 온 세숫대야에 황토를 풀고 물을 부어 각자 손수건에 황토를 묻혀 나가는 일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처음에는 질퍽한 황톳물때..

슬기로운 생활 시간에 빛과 그림자를 공부하는 단원이 있다. 나중에는 그림자극도 하게 되어 있는데, 아이들과 빛에 의해 그림자가 생기는 원리를 알고 젓가락과 도화지로 간단히 이야기의 인물을 만들어 그림자극까지 해보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요즘 부쩍 생각해 보는 건데, 2학년 교과서가 하나의 ..

오늘 점심시간에 최정욱이 밥 먹다가 나에게 달려와서 하는 말. "선생님, 윤오가 나보고 싸가지 없다고 자꾸 놀리는데요." "어, 그래? 윤오야, 이리와봐." 둘이서 꽤 친한 사이인데, 윤오가 정욱이를 놀렸다는 이야기에 나는 무척 놀랐다. 얼마전 윤오가 정욱이에 대한 일기를 썼는데, 참으로 고운 마음..

오늘 조금은 피곤했다. 아니 피곤했다기 보다 잡생각이 많이 떠 올랐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없어 그저 밋밋한 수업이 되고 말았다. 이런 때도 있겠지 하고 우리 아이들이 이해해주길 바랐다. 수업시간도 즐거운 생활시간이어서 운동장에서 즐겁게 두 시간을 보내고 왔다. 줄넘기 하..

이제 5월도 끝자락이 보인다. 어느새 학기가 시작된지도 석달이 돼 가고 있다. 느슨함과 긴장, 빡빡함과 피곤이 어우러진채 하루하루를 지내왔는데, 아이들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오늘도 한 분의 어머님과 상담을 한 시간이 넘게 했다. 아이 문제를 담임과 부모가 함께 생각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

오늘은 학부모초청 공개수업날. 아침에 주섬주섬 부모님들을 맞이할 준비들을 챙겨 집을 나섰다. 수업보다도 수업 이후 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눌 준비가 더 걱정이었다. 오늘 공개수업 전에 우리 학교에서는 독서교육과 글쓰기 전문가이신 백영현선생님을 초대했다. 200명 가까운 학부모님들이 참여..

오늘은 스승의 날. 사실 어제 서울에서 내려온 손님 두 분과 밤 늦게까지 먹은 술때문에 오늘 아이들과 지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티내지 않으려 애쓰려 한 탓에 잘 넘어갔는데, 하여간 힘겨웠다. 그나마 쉽게 넘어갈 수 있었던 건 지난 제자들이 보내준 편지들때문이었다. 반마다 스승의 날 기념 편지..

오늘 국어시간에 그림책 '돼지책'을 보여주었다. 국어진도가 조금 빠른 탓에 책 읽기 지도도 할 겸 돼지책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무척 기대하는 눈빛이었는데, 아무래도 책 한 권 보여주기에는 아이들 수가 너무 많다. 모아놓고 하기도 그렇고 해상도 낮은 텔레비전에 비추어 하기도 그렇고 직접 이..